위기의 유럽 은행들 자구책 쏟아내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유탄을 맞은 유럽 은행들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본을 확충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시장은 "부실을 완전 해소하기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유럽 최대 은행인 스위스 UBS는 최근 조직 개편과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으며 시장 달래기에 가장 열성적이다.

UBS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페터 쿠러는 14일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폐쇄적 지배구조라고 비판받았던 회장단을 해체하고 이사회에 2~3명의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루크만 아놀드 전 UBS 회장이 요구한 투자은행 부문 분할에 대해선 "투자은행과 자산운용,프라이빗뱅킹 부문의 현 통합 구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셀 로너 UBS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스위스 일간지 '존탁스 자이퉁'을 통해 "UBS는 이제 최악의 상황을 끝내고 위험을 통제할 만큼 강해졌다"며 "신주 발행을 통한 150억달러 자금 조달도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로너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3000~4000명을 감원했다는 시장 예측은 지나치며 5월 중 구체적인 인력 감축 규모와 실적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는 다음 달 6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UBS는 최근 9개월간 총 370억달러를 상각하며 유럽 은행 중 서브프라임 손실이 제일 컸다.

UBS는 그동안 마르셀 오스펠 전 회장과 슈테판 헤링거 부회장 등 주요 최고경영진이 모인 회장단이 경영전략 구성과 연봉 책정,회계 감사 등 회사 업무의 대부분을 독차지해 '밀실 경영'이란 비난을 받아왔다.

독일 제1의 은행 도이체방크는 레버리지론 관련 채권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할 계획이다.

레버리지론은 기업 인수ㆍ합병(M&A)시 피인수업체의 자산을 담보로 빌려주는 저금리 대출이다.

도이체방크는 블랙스톤과 TPG 등 사모펀드들을 대상으로 총 20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론 채권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협상은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오는 29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날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추가 상각을 예상했다.

로이터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올 1분기 20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추가로 30억~50억달러를 상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1월 투자은행 부문에서 5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은행은 9억2000만달러를 상각했으며 손실 만회를 위해 금리를 올렸다.

HSBC의 상각액도 124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아직 유럽 은행들이 신용경색 위기에서 탈출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리먼브러더스는 "UBS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자금조달의 성공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