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송로 변경 또는 잔여 해외봉송 중단 가능성 대두

중국의 반인권 행위를 규탄하는 인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08베이징올림픽을 밝혀줄 성화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면서 관계 당국이 삼엄한 경비태세에 돌입했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해외 19개국 21개 도시 봉송 계획에 따라 전날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이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성화는 시내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9일 오후 1시부터 샌프란시스코 시내 해변으로 예정된 6마일을 달린 뒤 차기 봉송 개최지인 인도로 옮겨질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 런던에 이어 파리에서 성화봉송을 저지하려는 시위대의 행동이 격렬해졌고 7일에는 인권단체원들이 금문교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등 샌프란시스코는 해외봉송의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시 당국은 성화봉송 계획을 긴급 변경할 가능성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해외 봉송의 조기 중단을 각각 검토하고 있어 말썽 많은 성화봉송은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을 맞고 있다.

◇초긴장속 성화 도착
파리에서 봉송 도중 3차례나 꺼지는 등 수모를 당했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성화는 이날 새벽 3시40분께 에어차이나 항공편으로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올림픽 조직위는 5월4일부터 시작하는 국내 봉송에 앞서 해외 봉송을 진행키로 했으나 지난달 그리스에서 거행된 성화 채화식에 시위대가 난입하면서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고, 런던과 파리를 거치는 동안 수천명에 이르는 시위대의 봉송 저지 행동이 과격해짐으로써 샌프란시스코 성화봉송은 최대 고비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이날 이른 시간임에도 공항에 수백명의 경찰관들을 배치, 일반인들의 접근을 완전 차단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폈지만 시위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하루동안 성화가 안치될 장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성화봉송로 변경 또는 잔여 해외봉송 취소?
샌프란시스코는 성화 도착을 하루 앞둔 7일 인권단체 회원 3명이 금문교에 올라가 `티베트 자유' 등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중국의 반인권 행위를 규탄하는 벽보가 곳곳에 나붙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금문교에 올라간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시위대원들을 체포했으며 성화 봉송이 끝날 때까지 금문교를 통과하는 행인들의 짐을 일일이 검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8일 오후 6시부터 예정된 `티베트인들의 자유 성화' 봉송 행사와 촛불 시위는 물론 봉송 당일에는 시위대의 게릴라식 봉송 저지 계획이 알려짐에 따라 샌프란시스코는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이와 관련, 개빈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중국 영사관 관계자와 만난 직후 성화봉송로가 변경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최대한의 경찰력을 동원, 시위대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섬 시장은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봉송로는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변경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80명으로 예정된 봉송 주자에 의해 성화가 옮겨지는 도중에도 얼마든지 봉송로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시위대의 행동이 점차 과격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잔여 해외봉송을 모두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로게 위원장은 "이번주에 예정된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모을 것"이라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 지를 분석한 뒤에 필요한 결론을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 정상들의 보이콧 압력 비등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8일 중국이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프랑스는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며 올림픽 참가와 중국과 티베트의 대화를 직접 연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거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티베트 시위진압에 대해 압력의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조시 부시 대통령에게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부시 대통령은 "올림픽은 정치가 아니라 스포츠"라며 참가할 계획임을 거듭 밝혔다.

이밖에 스티븐 하퍼 캐나다 연방총리는 최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의 여러 정상들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불참의사를 표명하는 등 세계 정상들의 불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