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매케인'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화려한 부활'을 매듭지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4일 '미니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텍사스, 오하이오 등 4개 주 예비선거에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여유있게 누르고 공화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 1천191명을 웃도는 대의원 확보에 성공했다.

매케인 의원은 '컴 백 키드'라는 별명처럼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다 살아 돌아오고,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재기불능으로 보이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끝내 선두로 도약하는 등 어느 예비후보보다도 파란만장했던 개인적, 정치적 부침을 딛고 '부도옹'(不倒翁)의 면모를 과시했다.

올해 71세인 매케인 의원은 만약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다.

매케인 의원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해군 제독이었던 전형적인 군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던 그의 출생지는 파나마 운하 인근 군 주둔지였다.

그는 1958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 조종사로 복무하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북부 베트남에서 자신의 전투기가 격추당한 뒤 2년 간 독방에 수감되는 비참한 포로생활을 경험했다.

매케인 의원은 총 5년6개월에 걸친 포로생활로 얻은 부상 때문에 아직도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빗질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얻은 '전쟁 영웅'이란 칭호는 그의 정치생활 내내 든든한 자산이 됐다.

특히 매케인 의원이 포로생활을 할 당시 해군 사령관으로 있던 아버지가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의 제안을 거절한 채 아들이 잡혀 있던 하노이 지역에 대한 폭격을 명령했으며, 매케인도 전쟁포로는 생포된 순서에 의해 석방돼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들어 석방제안을 거부한 일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해병대에 입대한 매케인 의원의 아들이 이라크 복무를 마치고 최근 무사 귀환하면서 매케인 의원 가문은 대를 이은 애국자 집안이라는 칭찬을 얻기도 했다.

해군 제독으로 진급하는데 실패한 매케인은 1982년 애리조나주 신설 지역구에 출마, 하원의원으로 워싱턴 정가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1986년 애리조나 정치권의 거목이었던 배리 골드워터의 뒤를 이어 상원의원이 됐다.

결혼생활에서도 40대에 뒤늦게 만난 17세 연하의 부인 신디와 재혼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7명의 자녀와 4명의 손자, 손녀를 두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2000년 대선 공화당 후보경선에 나서 조지 부시 후보와 경합했지만, 실패한 데 이어 대권 도전 재수 끝에 이번에 공화당 후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매케인 의원은 그동안 2008년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공화당 대권후보로 꼽혀왔으나 인기없는 이라크전쟁에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데 따른 역풍으로 지난해 거의 꼴찌로 처지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미군 증강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 재기를 다질 수 있었다.

매케인은 올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에게 패배하면서 3위로 출발했으나 2000년 부시를 제치고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했던 '희망의 땅' 뉴햄프셔에서 승리하면서 화려한 부활의 막을 올렸다.

이어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주 예비선거, '슈퍼 화요일' 결전에서 잇따라 승리함으로써 대세를 결정지었고 2위였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후보 지명을 사실상 확정했다.

정책 측면에서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미군 증강안에 일관된 지지 입장을 보였고 감세 방침을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등 대체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만든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나 에너지 문제에 있어선 다소 자유주의적 성향의 견해를 보였고 관타나모 군사기지 수감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로 인해 근본주의 보수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매케인 의원은 경선 초기 하위권 예비후보였던 탓에 이렇다할 추문에 시달리지 않았지만 이후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여성 로비스트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나 선거자금 지출 과정에서의 위법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민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맞붙을 경우 매케인 의원이 그리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열세를 딛고 정상으로 치달아온 그의 인생 역정이 오는 11월 대선 무대에서 어떤 역전 드라마를 다시 펼칠 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