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등 4개 주에서 4일 동시에 실시된 공화당 경선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매직 넘버'인 대의원 1천191명을 넘어섬으로써 공화, 민주 양대 진영 중 집권 공화당의 후보가 먼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대선 본선에서 매케인에 맞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향배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오바마냐 힐러리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매케인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후보와 맞붙게 된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역시 미 역사상 첫 여성 후보와 승부를 가리게 된다.

어느 경우든 200년 넘은 미 대통령 선거사에 없던 일이다.

흑백 대결 또는 남녀 대결이라는 대선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미니 슈퍼화요일' 결전에서도 오바마와 힐러리 간 승부가 나지 않음에 따라 민주당 예선전은 여전히 혼미를 거듭하게 됐다.

'미니 슈퍼화요일'에서도 오바마-힐러리 간 판가름이 나지 않음에 따라 매케인은 그동안 대세가 오바마에게 기울 것으로 판단해 오바마를 겨냥해 펼치기 시작한 정치 공세를 접고 다시 대선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로선 어느 후보가 매케인에게 더 유리한 상대일 지에 대해 뚜렷한 방점이 찍히지 않고 있다.

분명한 점은 어느 후보가 되든 매케인은 당적과 이념, 성향 등을 불문하고 성별과 인종, 나이 등 여러 면에서 완전히 이질적인 상대와 맞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예상하지 않은 후보가 본선에 오를 경우 대응전략의 골격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매케인 후보는 본선의 주요 이슈가 될 이라크전 문제 등에 대처하는데 있어 오바마가 힐러리 보다 쉬운 상대가 될 것이라며 매케인이 미니 슈퍼화요일의 민주당 경선에 투표했다면 힐러리가 아닌 오바마를 찍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매케인이 애국자로서의 이미지를 갖췄을 뿐 아니라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일관된 반대를 해온 오바마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와 교착상태인 이라크전 문제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오바마와 힐러리, 어느 후보든 그에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나 오바마 모두 공화당 후보인 매케인에 비해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그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

특히 오바마의 지지층이 흑인계층을 넘어 모든 연령과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공화당과 매케인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진영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오바마 의원의 급부상은 미국 사람들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서운 바람"이라고 평가하며 오바마의 강점으로 정직성과 투명성을 꼽았다.

오바마 바람이 돌풍 정도가 아니라 쓰나미급 폭풍을 예고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의 등장은 미국 사회가 예전의 미국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워싱턴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매케인이 만약 미국 사회의 변화 바람을 깨닫지 못하면 11월 본선에서 크게 후회할 수 있다는 것.
매케인의 지명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실시된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블룸버그 여론조사에서 그가 오바마를 상대로 44%와 42%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은 매케인에게 고무적이었다.

매케인은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느냐에 관계 없이 일단 스스로의 강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분간 3파전 양상이 지속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수싸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매케인은 최근 힐러리가 자신은 새벽 3시에 백악관의 비상벨이 울리더라도 이에 잘 대처할 수 있는 후보라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오바마의 약점을 파고든 데 대해 "내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 배경을 통해 (그 같은)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의 경륜이 한 수 위임을 과시했다.

누가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든 매케인에겐 고령의 나이와 여성 로비스트와의 스캔들 문제, 다혈질적인 성격에 따른 돌출 행동 등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집권당을 결집시켜 공화당 정통 보수파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매케인이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다만 공화당으로서는 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집권당 후보를 먼저 확정지음으로써 본선 준비에 총 매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