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기세가 무섭다.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이미 따돌린 분위기다.공화당원 중에서도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른바 '오바마칸'이 늘고 있다.이런 추세라면 미 최초의 흑인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우선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그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변화'(change)다.입만 열면 "미국은 변해야 한다"고 외친다.그의 '변화론'은 7년간 계속돼온 조지 W 부시 대통령 체제아래서 뚝 떨어진 미국인의 자신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변화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 '뉴프런티어'를 주장했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불경기에 허덕이던 미 국민들에게 '햇빛 밝은 미국의 아침'을 약속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동시에 보게 된다는 미국인이 많다.

그가 취하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바람몰이 선거전략도 돌풍의 요인이다.워싱턴 정치무대에선 주변인에 불과한 오바마는 철저히 아래로부터 선거전략을 취하고 있다.내로라하는 선거전략가나 여론을 주도하는 이른바 '킹메이커'도 그의 캠프엔 없다.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그의 연설문은 27살의 풋내기 젊은이에게서 작성되고 있다.이런 전략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과 소수민족을 정치무대로 끌어들이는 엄청난 효과를 내고 있다.

오바마 돌풍의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통합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다.그는 흑인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 흑인이다.자칫하면 인종주의를 자극하는 유혹을 느낄 법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그는 백인들의 눈을 의식해 흑인교회를 공개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꺼린다.자신이 흑인이지만 그 전에 미국인이라는 점을 앞세워 미국의 가치를 되찾자고 호소하는 전략을 초지일관 유지하고 있다.

이런 그의 전략은 놀라운 결과를 낳고 있다.백인 남성으로부터 힐러리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AP통신이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는 백인 남성 지지율에서 힐러리를 23%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물론 흑인들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은 90%를 넘나든다.여기에 백인 남성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백인거주지역에서마저 압승을 거두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러다보니 오바마는 미국을 인종 간 장벽이 없는 이상적 사회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선이나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2008년 대선은 '오바마 대선'이란 평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난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했다.그를 환송하거나 환영하는 행사에 노사모를 상징하는 노란풍선이 오랜만에 등장했다.오바마의 선거운동을 보고 있노라면 5년 전 노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이 연상된다.사람을 끌어들이는 말솜씨나 기존의 선거운동관행을 무너뜨린 아래로부터의 선거운동 등이 그렇다.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돌풍을 일으킨 근인인 것도 비슷하다.그렇지만 국민통합의 정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오바마는 통합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확연히 다르다.오바마 돌풍의 동력으로 지적되는 '국민통합의 정치'를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도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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