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ips] 기업경영 '베갯머리 대화'로 푼다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기업경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기업인들이 '베갯머리 대화'에서 새로운 사업 전략이나 인재 선발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WSJ는 정치에서 미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이 아내의 적극적인 조언자로 활약하면서 반대자들로부터 '빌러리(Billary)'가 입후보했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인 것처럼 기업에서도 경영자의 배우자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경영의 조언자로 배우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비밀 유지가 보장되고 거리낌 없는 직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자동차부품회사 델파이의 로버트 밀러 회장은 "아내의 의견을 반드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통하는 면이 있고 나를 이해해주며 게다가 비밀이 지켜진다는 점 때문에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밀러 회장은 40년간 결혼생활을 하다 2년 전 사별한 첫 부인은 물론 지금의 부인과도 자주 의견을 나눈다며 특히 인사 문제를 많이 상의한다고 털어놨다.

애틀랜타에 있는 컨설팅업체 세일즈 벤치마크의 그레그 알렉산더 최고경영자(CEO)도 중요한 사람을 채용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내의 반응을 최종 결정 과정에 반영한다고 말했다.채용 후보자가 자신의 아내를 하인 부리듯 대하는 것을 본 알렉산더 CEO의 아내가 "노(No)"라고 말해 그 사람을 뽑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제너럴일렉트릭의 부동산 사업부문 수석 부사장인 캐슬린 캐리는 남편이 조언자다.회사 기밀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지만 캐리의 남편은 대강의 얘기만 듣고도 그가 항상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조언한다.

WSJ는 기업인들의 배우자가 대개 비슷한 학력이나 사회적 경험을 쌓았고 종사하는 분야는 다를지라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기 때문에 조언자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이 신문은 그러나 일부 기업인들은 "왜 집에까지 일을 갖고 가느냐"며 가정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피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