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급부상은 미국사람들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서운 바람입니다."

공화당 출신 미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말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 대의원 확보경쟁에서 오바마가 최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앞서 나가면서,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관련, "지지가 모든 계층과 연령대로 확산하고 있는 것은 미국사람들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고위관계자는 교육 수준과 재력을 갖춘 미국 상류층이 힐러리보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유는 누가 분열적이고 통합적인가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힐러리는 분열을 통해 지지를 확보하려는 과거 정치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오바마는 무엇보다 정직하고 투명하다"고 지적,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강연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는데 그 내용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힐러리가 최근 500만달러를 선거캠프에 빌려줬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경선에서 슈퍼대의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선거지지율의 결과에 반하는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만약 슈퍼대의원들이 민의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 내분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힐러리의 지지가 떨어지게 된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흑인들의 영웅인 잭슨 목사의 공적을 낮추는 발언을 한 것이 주요 동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 지지로 돌아서고 그동안 힐러리 편에 섰던 흑인들까지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인권운동을 시작한 것이 민권법 통과보다 사실 더 중요한데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민권법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부각시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듯한 인상을 줬고 잭슨 목사 또한 흑인들에게 그야말로 대단한 존재인데도 불구, 그같은 발언으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힐러리에 대한 아시아계의 지지도가 캘리포니아 등에서 오바마에 비해 높게 나타났는데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아시아계의 인종편견이 심하다는 반증이라는 말들도 있다고 전하면서 아시아계가 흑인동네에서 그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힐러리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가 많은 것은 이들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케인의 경우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자리에 오를 정도로 나이가 많고 상원의원 시절, 독불장군처럼 행동해 공화당 의원들의 부인들로부터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고 힐러리도 이미지 때문에 그를 절대로 찍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비경선 투표율을 볼 때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앞서고 있어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힐러리-오바마 간 접전이 길어져 민주당에 내분이 일어나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거나 테러 등이 발생, 국가안보 문제가 미국인들의 관심을 사로 잡을 경우 매케인이 승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투표 참여율로 볼 때 공화당이 크게 몰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민주당에 내분이 일어나 분열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공화당이 크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