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71)은 자신감에 차 있다.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만큼 본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의지가 넘쳐난다.그가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69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제치고 '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매케인이 9일까지 확보한 대의원수는 719명(AP통신 집계).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1191명엔 아직 못 미친다.그러나 2위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확보한 대의원수 234명을 훨씬 앞선다.

매케인은 작년 중반만 해도 선거자금 모금이 부진하고 적극 지지했던 이라크전마저 미궁에 빠지면서 줄리아니와 허커비 등에게 뒤처졌다.그러나 막상 선거전의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바뀌었다.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허커비에게 밀렸지만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경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이 여세를 몰아 슈퍼화요일에서도 가뿐히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케인이 초반전의 열세를 딛고 공화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원칙적이고 일관된 소신 덕분이다.매케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군 제독을 지낸 군인집안 출신이다.그도 1958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조종사로 근무했다.월남전에 참전했던 1967년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5년반 동안 포로생활을 하면서 고문으로 어깨가 부러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당시 매케인의 부친이 미 태평양함대 제독이라는 것을 안 월맹군은 조기 석방을 제안했으나 매케인은 '전쟁포로는 생포된 순서에 의해 석방돼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내세워 거부했다.그후 '월남전의 영웅'으로 귀환했으며 포로생활을 담은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있는 매케인은 국가관이 누구보다 투철하고 원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누구나 발을 빼기 원하는 이라크전에 대해 미군을 증강해야 한다고 초지일관 주장할 정도다.이라크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그의 원칙론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미국을 이끌 만한 인물로 새롭게 부각된 점이 결정적인 승인이다.

매케인이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공화당은 '백인남성 원칙주의자'를 간판으로 해서 민주당과 맞설 발판을 마련했다.힐러리와 오바마 중 누가 후보가 되든 '여성과 남성','흑인과 백인'이라는 생물학적인 대결구도가 성립된다.공화당으로선 해볼 만한 게임이다.그렇다고 매케인이 본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당장 경제가 어렵다.1992년 대선에서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슬로건을 내건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경험도 있다.'오바마 열풍'에서 드러나듯이 변화를 바라는 미국인의 열망이 크다는 점도 낙관을 불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