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화요일' 결전도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두 상원의원 간의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미국 내 22개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러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던 5일 '슈퍼 화요일' 결전에서 오바마와 힐러리 두 맞수는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쳤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접전을 거듭한 끝에 승리를 나눠 가짐으로써 승부는 여전히 안갯속을 맴돌고 있다.

두 사람은 이제부터 '진검승부'에 나서야 할 판이고, 사투는 자칫 8월 전당대회까지 장기간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 불안한 선두 힐러리 =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한동안 부동의 선두였던 힐러리는 '슈퍼 화요일' 결전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아이오와에서 시작돼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거치며 다시 거세진 오바마 돌풍은 '슈퍼 화요일'에 힐러리를 추월할 것이란 각종 여론조사의 관측이 잇따랐지만, 힐러리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힐러리는 특히 대의원 수가 많이 걸린 캘리포니아를 비롯, 뉴욕과 뉴저지, 매사추세츠, 미주리, 테네시, 아칸소, 오클라호마 등에서 승리하거나 우위를 점함으로써 경선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구도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매사추세츠주에서 철옹성을 구축해온 케네디가(家)와 존 케리 상원의원의 오바마 지지선언에도 불구하고 승리해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힐러리의 선두는 여전히 불안함을 '슈퍼 화요일' 결전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등에서 승리를 지켰지만, 불과 1주일 전 만 해도 두 자리 수에 달했던 오바마와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이들 지역의 대의원을 오바마에게 상당수 넘겨주며 거의 반분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힐러리는 이처럼 '대세론'을 굳히지 못한 채 '슈퍼 화요일' 결전을 마침으로써 앞으로 어떤 위세를 떨칠지 모를 '오바마 돌풍'을 차단하기 위해 피 말리는 격전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힐러리는 이날 "계속될 캠페인과 토론을 고대한다"고 말해 오바마와의 정면 승부를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고, 힐러리 캠프는 앞으로 한 달 간 매주 정례 토론을 벌이자고 오바마측에 제의하는 등 장기전에 나설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 '미완의 돌풍' 오바마 = 사상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 '돌풍'은 '슈퍼 화요일'에도 맹위를 떨쳤다.

고향인 일리노이는 물론 조지아, 델라웨어, 앨라배마, 콜로라도, 미네소타, 캔자스, 아이다호, 노스 다코타 등에서 승리를 따냄으로써 오바마 바람이 결코 '미풍'이 아님을 입증했다.

특히 힐러리가 단연 우세할 것으로 꼽혔던 캘리포니아에서 선전함으로써 대의원 수를 양분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52%가 '변화'를 후보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은 반면 '경험'을 지적한 사람은 23%여서 오바마의 '변화' 주창이 큰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반증했다.

오바마는 또 젊은층과 백인 지식층, 여성 유권자들로부터도 고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분석돼 향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잠재력이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이 지나면서도 오바마 돌풍이 끝내 힐러리 대세론을 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씻어내지는 못했다.

오바마가 돌풍을 후보 지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바람을 더욱 확산시켜 힐러리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오바마는 이날 "우리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

함께 나아가자"고 지지자들에게 호소, 승리를 향한 진군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했다.

◇ 남은 승부처 =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확보해야 할 대의원 수는 2천25명. 8월 말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총 대의원 4천49명의 과반이다.

각 주별 대의원 산정방식이 복잡하지만 CNN 집계에 따르면 6일 오전 1시 현재(미 동부시간)까지 결정된 대의원은 힐러리 지지 559명, 오바마는 456명이다.

폭스뉴스는 힐러리 576명, 오바마 470명이라고 집계했다.

두 사람 모두 후보가 되기 위해 확보해야 할 2천25명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셈이다.

이에 따라 당장 1주일 후로 다가온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주 프라이머리에 걸린 대의원 238명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여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3월4일 오하이오와 로드아일랜드, 텍사스, 버몬트 4개 주의 프라이머리가 또 한차례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니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이날 선출되는 대의원 수는 444명에 이른다.

물론 승부가 장기화하면서 둘 중 하나가 무너져내릴 가능성도 있지만, 50개 주의 경선이 다 끝나도록 승패를 가르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796명에 달하는 이른바 '슈퍼 대의원'이 8월 말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1984년 경선 때부터 도입된 '슈퍼 대의원'은 현직 민주당 상.하원 의원과 전직 민주당 대통령과 부통령, 민주당 전국위원회 간부 등으로 이들은 유권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대의원들과 달리 특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된다.

'슈퍼 대의원'들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경우 민주당 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힐러리가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후보 지명의 정당성 등을 둘러싼 상당한 논란과 후유증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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