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국 베끼기에 나섰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모방하자는 게 아니다. 중국의 해외투자를 본받자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에서 재계 인사들과 만나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해야 한다"며 "해외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중국 등 강대국의 대다수가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며 "러시아 기업들은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을 수혈받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회장직도 맡고 있는 메드베데프는 유럽 아프리카 등 해외 가스사업에 대한 가즈프롬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진두지휘해왔다.

메드베데프의 발언은 푸틴의 후계자로 지명된 후 대기업들의 경영진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와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가 그동안 미뤄온 '국부펀드'를 출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고위 당국자가 밝힌 것과 맞물려 러시아의 본격적인 해외투자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드미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유가로 불어난 외환 보유액을 바탕으로 32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4년간 유가 상승으로 석유수익 펀드에만 1570억달러(약 148조원)를 축적했다. 이 중 1250억달러는 유가 급락에 대비한 예비기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320억달러로 국부펀드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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