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캐롤라이나는 빌 클린턴-오바마 대결

오는 26일 민주당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진영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진영의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대선후보 결정의 최대 고비가 될 내달 5일 `슈퍼 화요일 대첩'을 코 앞에 두고 실시된다는 점에서 누가 승리하느냐가 향후 경선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어 양 진영이 이번 프라이머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21일 개최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경선이 시작된 이후 목소리를 가장 높이고 거친 말로 상대방을 비판하며 격앙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두 사람은 또 다른 후보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발언권은 안중에도 없이 상대방의 발언 도중 불쑥불쑥 끼어들어 언성을 높이며 설전을 벌이다가 에드워즈로부터 "이 토론회는 두 명이 아니라 3명이 참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의'를 받기도 했다.

첫 예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뒤 뉴햄프셔와 네바다 프라이머리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오바마로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힐러리도 예선 전적 상으로는 2대 1이지만 네바다주 대의원 확보에선 12명 대 13명으로 오바마에게 오히려 뒤져 내용상으로 패배했다는 점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에게 질 경우 `슈퍼 화요일'을 계기로 대세를 결정짓겠다는 선거전략이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흑인이어서 힐러리 진영으로선 비상이 걸렸다.

◇힐러리, 빌 클린턴 내세워 흑인표심 공략 =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의 `검은 공세'를 막기 위해 힐러리가 선택한 것은 빌 클린턴 카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힐러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선거운동을 남편과 딸 첼시에게 전적으로 맡기다시피 하고 자신은 `슈퍼 화요일'을 겨냥, 대의원수가 많은 주(州)에 대한 공략에 나섰다.

힐러리는 21일 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후보토론회를 마친 뒤 곧바로 워싱턴으로 이동했으며 뉴저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주 등을 거치며 전국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뒤 24일에나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돌아갈 계획이다.

오바마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묶여있는 동안 `슈퍼 화요일'을 겨냥한 표 다지기에 나선 것.
힐러리는 22일 일각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공격의 전면에 선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후보자의 정치 경력을 공개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이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두둔했다.

◇오바마 "가끔 내가 누구와 경쟁하는 지 구별이 안간다" = 오바마는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전력을 쏟아붇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흑인 유권자 사이에 인기가 높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우스 캐롤라이나구석 구석을 누비며 자신을 공격하며 힐러리 선거운동을 돕고 있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오바마는 21일 CNN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가끔 내가 누구에 맞서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 구별이 안간다"며 `오바마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빌 클린턴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바마의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일각에선 전직 대통령이자 민주당 원로인 빌 클린턴이 부인 선거지원에만 열을 올리며 다른 후보 상처 내기에만 골몰하고 있어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뿐만 아니라 이날 토론회에서 클린턴 부부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책구상, 이라크 전쟁에 대해 자신이 말한 것을 왜곡해 터무니 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오바마의 선거참모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22일 "힐러리 진영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힐러리의 `최고의 대리 선거운동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힐러리가 이런 `비정상적인 자산'을 이용하는 것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