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대선 경선사(史)를 새롭게 장식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희망과 변화'를 무기로 초반 기선 제압의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경륜과 대세론으로 무장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권토중래를 꿈꾸며 바닥 표를 다져온 관록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제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큰 승리를 거뒀다.

오바마 의원은 38%의 지지를 얻어 에드워즈(30%)와 힐러리(29%) 후보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힐러리를 앞선 적도 있지만 이번 코커스가 워낙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여왔기 때문에 오바마 의원이 승리할 것으로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초반에 나온 코커스 결과도 1위는 오바마 의원이 아닌 에드워즈 후보였다.

이번 승리는 오바마 의원 개인 뿐만 아니라 민주당 그리고 미 대선 전체 판도 자체를 뒤흔들 만큼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커스는 힐러리 의원에게 자신을 무조건 싫어하는 안티세력의 벽을 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절감케 할 만큼 큰 타격을 안겼다.

무엇보다 이번 승리는 뉴햄프셔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워싱턴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만약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 오바마 의원이 연승을 거둔다면 '힐러리 대세론'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초반 승부를 가늠하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 의원과 에드워즈 전 의원에게 결코 뒤지지 않은 경쟁력을 그동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인단이 많은 뉴욕과 플로리다 등에서 힐러리 의원의 강력한 반격이 예상되고 있는데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보수적인 백인 중산층 유권자들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초반 승리는 오바마 의원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해 그의 향후 대선 행로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코커스 결과가 보여 주 듯 워싱턴의 구태의연한 정치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베트남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전쟁이 잘못된 전쟁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이에 대해 가장 확고한 입장을 개진해온 오바마 의원이 향후 대권가도에서 더욱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지난 1976년 무명의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가 이 곳에서 이긴 뒤 본선에서까지 승리를 일궈내 백악관에 입성함으로써 대선 장정에서 가장 주목받아온 경선이다.

그 이후 아이오아 코커스는 전국무대에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오바마 의원과 같은 참신한 인물들에게 화려한 대선 등용문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이로써 오바마 의원은 2008년 대선 무대에 화려하게 등단한 셈이다.

(디모인<아이오와>연합뉴스) 조복래 김재홍 특파원 cbr@yna.co.kr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