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치르려면 돈 필요한데…대중적 인지도는 없고…고민 끝!


미국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인 메리 랜드류는 연초 선거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태풍 '카트리나'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자신의 선거구에서는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릴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돌파구는 '아웃소싱'.알음알음 선거자금 전문 컨설팅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순식간에 지난 선거에서 모금한 돈의 두 배인 340만달러(약 32억원)가 걷혔다.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컨설턴트들의 영향력이 미국 정치 지형을 변화시킬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 보도했다.

정치자금을 추적·집계하는 민간단체인 CRP(The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대선과 상·하원의원 선거 등 각종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선거자금 전문 브로커들에게 지출한 비용은 지난 1~9월 중 3110만달러(약 290억원)에 달했다.

1000만달러 수준이었던 2001년에 비해 6년 새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내년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선거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더 심하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의원 등 민주당 후보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자금을 모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후보별로는 공화당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컨설턴트 비용으로 올 들어 310만달러를 지불해 1위에 올랐고 같은 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230만달러)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18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80만달러),오바마 의원(60만달러),클린턴 의원(50만달러) 등은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낮았다.

별도의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아도 선거자금이 모인다는 뜻이다.

선거자금 관련 컨설턴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기부를 받는 데만 집중한다.

후보의 정치적 색깔이나 과거 이력 등은 관심 밖이다.

돈을 받은 만큼 '돈값'을 하는 철저한 프로집단이다.

개인별 기부액수를 2300달러로 제한한 선거개혁법이 최근 발효되면서 이들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다.

뭉칫돈을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선거자금 마련이 어려워졌다.

선거자금 컨설턴트들은 돈을 모으는 데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엔 자기 지역구 출신의 기부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선거자금 '아웃소싱'이 일반화하면서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후보자가 모르는 다수의 기부자를 긁어모으는 과정에서 깨끗하지 않은 돈이 흘러들어올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최근 불법적인 방식으로 클린턴 의원에게 자금을 지원,물의를 일으킨 '기업형 사기꾼' 노먼 슈가 대표적인 케이스.월스트리트저널은 "선거 전문가가 판을 치면서 후보들이 불법 자금으로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