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달 안에 안바르주 등 2개 주에서 1개 전투여단 병력 3500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내년 여름까지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반란 위험성이 있는 살라하딘주를 포함,5개 여단도 철수할 방침이다.

미군이 물러난 후 치안권은 이라크 보안군이 이양받게 된다.

여전히 테러가 활개치는 이라크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미국으로서는 철군 외의 다른 카드가 많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오는 사망자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비용 때문이다.

이라크에서는 무장세력에 의한 폭탄 테러와 납치 등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라크전이 발발한 후 지금까지 4년7개월간 숨진 미군 수는 3850명(다국적군 전체는 4153명)을 넘었다.

미국의 종전 선언이 있었던 2003년 5월 한 달간 미군 사망자는 37명이었지만 올해 같은 달에는 123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저항세력의 공격 횟수는 150회에서 4200건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하반기 들어 테러와 사망자 수가 조금 줄어드는 추세지만 시아파 최대 무장조직 마흐디가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라크전이 장기화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돈먹는 하마'가 됐다.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및 복구에 지난 9월 말까지 총 6040억달러(약 551조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이라크 전쟁 전에 밝힌 예상 비용 500억달러의 8배에 이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상자 치료 등 간접비용과 기회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입은 피해가 총 2조달러(약 18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조달러는 초당 1000달러씩 사용해도 30년간 쓸 수 있는 돈이다.

미국의 재정 출혈은 다른 분야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복구와 지원 사업이 지연되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주방위군의 3분의 1 이상이 이라크에 파견돼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주둔 병력은 전쟁 때보다 크게 줄어든 게 없다.

현재 16만8000명의 미군 외에도 영국(5250명),폴란드(900명),호주(820명),한국(1200여명) 등 총 24개 국가가 주둔해 치안과 복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 대다수 국가들은 끝없는 재정적ㆍ인적 비용으로 철군 압박을 받고 있다.

2004년에는 스페인 뉴질랜드 태국 등 11개국의 군대가 철수한 데 이어 2005년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4개국,지난해에는 일본 육상자위대가 철군했다.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영국도 국내 비판 여론에 몰려 최근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미국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전이라는 돈먹는 하마를 길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7월 민주당은 늘어나는 비용과 인명 피해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내년 4월 이후에는 아예 이라크전 예산 배정을 그만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유미ㆍ안재석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