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에 도전 진취적 학풍ㆍ우수두뇌 유치


'첫째 남자여야 하고,둘째 미국인이어야 하며,셋째 시카고대학을 나와야 한다.'

시카고학파의 대부이며 1976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꼽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 공식'이다.

로저 마이어슨 미 시카고대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시카고대가 배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24명으로 늘었다. 1969년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된 후 수상한 61명 중 3분의 1 이상이 시카고대 졸업자나 교수 출신으로 채워진 셈이다. 재직 중인 경제학과 교수만 해도 마이어슨을 비롯해 로널드 코스(1991년),게리 베커(92년),로버트 포겔(93년),로버트 루커스(95년),제임스 헤크먼(2000년) 등 6명에 달한다.

시카고대가 이처럼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요인은 현대 경제학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시카고학파'의 영향력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장 자율'과 '작은 정부'를 신조로 삼는 시카고학파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과 함께 닥친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케인스의 경제학을 밀어내고 주류로 떠오른 이래 세계 경제학의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학파의 권세가 이 학교의 화려한 노벨상 수상 경력을 전부 설명하진 못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기존 주류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진취적 학풍과 우수한 두뇌들을 과감하게 영입하는 관행 등이 또 다른 비결이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는 "시카고 경제학자들의 영향력은 워싱턴(미국 정치중심지를 지칭)이 아니라 연구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드렉 니어 시카고대 교수도 "시카고대 사람들은 타임지의 커버를 장식하거나 미 행정부의 빈 자리를 채우는 데 관심이 없다"며 "학자로서 학문적 성과를 내는 것을 최우선 임무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학문적 성과의 배경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 교수의 학설을 제자들이 주저없이 비판할 정도로 자유로운 학풍이 자리잡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카토'의 데이비드 보아즈 부소장은 "시카고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이 동료 교수나 제자들의 맹공으로부터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치밀한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 교수나 연구진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온 시카고대학의 '외부 수혈' 관행도 일조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어슨 교수도 25년간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재직한 뒤 2001년 시카고대로 영입됐다. 이젠 다수의 노벨상 수상 경력이 수상 잠재력이 큰 교수와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도 정착됐다.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상의 특성도 주류에 편승하지 않은 독창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시카고대는 경제학상 24명을 포함해 물리학상 27명,화학상 15명,생리·의학상 11명,문학상 3명 등 총 80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는데 수상 비율 면에서는 경제학상이 가장 높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