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달러와 미 달러 간 가치 역전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에 있어서는 미 달러 화가 여전히 캐나다 루니 화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오타와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 인사이트'는 최근 캐나다 달러가 미화 1.02달러 선을 넘었지만, 실제 구매력에 있어서는 84센트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또 캐나다 물가가 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24% 정도 높다는 통계청 수치도 있다.

캐나다 루니화는 올해 들어서만 미 달러화에 비해 20% 절상됐지만, 양국간 소비자 가격 상 격차는 요지부동이다.

소비자가격이 환율 변화에 반응하는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해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대표적 품목이 25~35% 가격차를 보이는 자동차다.

미국에서 2만달러 대에 팔리는 차가 캐나다에서 3만달러 대에 팔리고, 미국에서 4만 달러 이상에 팔리는 고급차는 캐나다에선 2만 달러 이상을 더 지불해야 살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본 혼다 파일럿 최신형의 캐나다 가격(제조자 권장 소비자 가격, MSRP)이 6만달러인데 미국에선 4만달러 이하에 구입이 가능하다.

캐나다 사람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환율 격차 때문으로 이해하고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금년 들어 캐나다 루니화 강세로 환율 격차가 좁혀지고 급기야 가치가 역전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자신들이 '봉 노릇'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얼마전 한 소비자단체가 미국의 빅 3 자동차메이커와 딜러들을 가격 담합 혐의로 고발하고, 별도로 20억달러 상당의 집단 손해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미국에서 차를 구입해 캐나다에서 등록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와 안내 브로셔 판매상들이 생겨날 정도로 '미국서 차 사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차종에 따라서는 주간 주행 라이트 부착 등 몇가지 사양만 고치면 캐나다에서 차량 등록과 보험가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2, 3시간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 차를 사오면 적게는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2만달러 이상을 세이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자동차 이외에도 서적, 의류, 신발 등도 캐나다 가격과 미국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품목들로 꼽히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신상인 통신원 sangin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