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미래다] (7) 싱가포르의 아시아 교육허브 정책‥저렴한 학비로 미국식 선진교육

싱가포르경영대학(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SMU) 정보통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장줘화씨(26)는 1년 학비로 8000싱가포르달러(약 500만원)를 내고 있다.

원래 학비는 2만2000싱가포르달러(약 1380만원)이지만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학비 75%를 지원받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뒤 SMU에 입학한 장씨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싱가포르에 몰려 있고 정부가 외국인 학생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어서 SMU에서 다시 학부 과정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 450만명인 인구를 2050년까지 65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재만이 살 길이라는 철학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의 중심에 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인구 수만을 늘리는 게 아니라 핵심 인재들로 이민자들을 채우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현재 7만여명인 유학생 숫자를 2015년까지 15만명으로 늘려 유입 인구 중 대부분을 '젊은 우수 인재'로 채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1997년 발표한 '월드 클래스 유니버시티스(World Class Universities·WCU) 프로그램'은 이러한 싱가포르의 꿈을 현실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융,물류,관광,의료 등에 이은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교육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인재가 미래다] (7) 싱가포르의 아시아 교육허브 정책‥저렴한 학비로 미국식 선진교육

자국 유명 대학만으로는 많은 수의 유학생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정부는 무역산업부 산하의 경제개발청(Economic Development Board·EDB)에 해외 유수 대학의 아시아 캠퍼스 유치 업무를 맡겼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재 기초 교육 등의 자국민 교육 관련 정책은 교육부가 맡고 있으며 외국 대학 유치 등 교육서비스 산업은 EDB가 전담하고 있다.

EDB는 해외 유명 대학을 돌아다니며 30년간 부지 무상 임대,운영 비용 및 연구비 50% 지원,각종 세금 면제,재정 보증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고 2000년 프랑스의 명문 경영전문대학원(MBA)인 인시아드(INSEAD)가 처음으로 아시아 캠퍼스를 싱가포르에 설치했다.

이후 시카고경영대학원 등이 아시아 캠퍼스를 이 곳에 건립했으며 여러 해외 대학들이 싱가포르 대학들과 공동 학위제나 학점 교류제를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NUS) 한 곳만 해도 미국 조지아공대,MIT,존스홉킨스대 등 6개 해외 대학과 공동 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넷 로 인시아드 홍보팀장은 "싱가포르 정부는 회계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만 증명하면 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매칭 펀드를 통해 자금 조달을 쉽게 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한 싱가포르 3대 명문대인 NUS,SMU,난양공과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NTU) 등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자국 학생과 비슷한 수준의 학비 지원을 하고 있다.

양질의 커리큘럼에 학비 지원까지 국가가 나서서 해 주니 우수 인력이 싱가포르로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현재 SMU에서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서동현씨(22)는 "이 곳에서 학비 등으로 연간 400만~500만원 정도를 쓰고 있는데 이는 미국 고등학교 1년 등록금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추아루인 SMU 수석 홍보담당관은 "우리 학교 전체 학생 5200명 중 20%가 유학생이며 교수 228명 가운데 61%가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학생과 해외 대학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고 해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정부로부터 학비 지원을 받은 유학생의 경우 3년간 의무적으로 싱가포르 내에 있는 회사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 곳에서 일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원받은 학비를 모두 돌려 줘야 한다.

SMU 정보통신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최홍열씨(27)는 "유학생들은 어차피 주요 금융 기업들이 모두 싱가포르에 몰려 있기 때문에 굳이 이곳을 떠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가 몰리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본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기는 일도 잦아졌다.

최근 2년여 동안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일본) 소시에테제네랄(프랑스) UBS(스위스) 도이체방크(독일) ABN암로(네덜란드)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본부를 새로 설치하거나 확장했다.

싱가포르=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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