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우려 지속에 내년 100달러 예상도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배럴당 9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86달러 선에 도 달했다.

이전까지 배럴당 85달러를 넘은 적이 없던 WTI는 이날 공급부족 우려 속에 85달러 선을 가볍게 넘어 지난주 종가보다 2.44달러 오른 배럴당 86.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2일 사상 최초로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1개월여만이다.

유가 강세는 기본적으로 중국, 인도 등의 경제성장과 함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질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만 해도 터키 정부가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해 이라크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허가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키로 해 세계 3대 유전지대인 이곳이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이란 핵 문제 등을 둘러싼 중동의 정정 불안이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를 지속시키는 상황에서 또 다른 긴장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4.4분기 원유 수요가 작년보다 하루 10만배럴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비 OPEC 산유국들의 4분기 생산량은 당초 예상보다 하루 11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OPEC는 지난달 회의에서 다음 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키로 했지만 OPEC 회원국들이 이미 생산 쿼터보다 하루에 거의 100만배럴 가량을 더 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정도로는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로버트 에벨 에너지프로그램 회장은 석유시장에 관한 한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이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터키는 무력으로 위협하고 있고, 이라크는 안정되지 않고 있으며 이란의 위협도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은 빠듯하다고 유가 강세의 복합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미 달러화의 약세도 유가 강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로화 대비 1.4달러대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는 달러화 가치는 원유 등 상품에 대한 투기성 자금의 사재기를 불러와 유가 강세를 지속케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 원유 등의 상품은 달러화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대신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게는 달러 약세가 그만큼 상품 가격이 싸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유 시장을 둘러싼 이 같은 요인들은 유가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로퍼시픽 캐피털증권 다리엔의 피터 쉬프 최고경영자는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90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달러화 약세로 향후 2~3년 뒤에는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현재 유가 수준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가가 인플레를 감안한 가격 면에서도 지난 1981년 3월에 기록한 84.73달러(당시 가격 37.48달러를 현재 달러화 가치로 조정한 가격)의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라고 전했다.

알라론 트레이딩의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은 공급 우려와 추운 겨울이 유가를 9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유가 급등은 중국 조차도 고유가에 당황하게 만들기 시작했고 정유사들도 원유 구매시기를 저울질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산유국에서는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 유가가 100달러는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걸프지역 자원 부국인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석유장관은 최근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 "1972년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적이고 공정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는 넘어야 한다"며 "달러 약세 등도 유가가 더 올라야 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