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1일(현지시간)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고 말함에 따라 조만간 기준 금리가 인하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하락세를 맴돌던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서며 강보합세로 마감됐다.

전날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던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도 소폭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결국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사로 풀이한 셈이다.

실제 월가에서는 FRB가 기준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것도 오는 9월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는 추세다.

인하폭도 재할인율 인하폭과 같은 0.5%포인트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제프리 클라인탑은 "버냉키의 발언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시장에 안정과 확신을 심어 줄 것"이라며 "당연히 다음 수순은 금리 인하"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FRB를 잘 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약간 다르다.

버냉키가 정부와 의회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모든 방안 동원'을 언급했을 뿐 무게 중심은 여전히 '금리 인하 없는 사태 수습'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시장 요동이 금리 인하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해 이 같은 분위기를 내비쳤다.

리치먼드 연방은행에서 일하기도 했던 스티븐 스탠리 RBS 그리니치 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서 있겠다는 것이 FRB의 속내"라고 평가했다.

결국 '기준 금리를 인하하라'는 시장의 묵시적 압력과 '가능하면 기준 금리에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속내가 맞서는 형국이다.

'모든 방안'이 기준 금리 인하까지를 포함할지 여부는 시장 흐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