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 앞마당.고(故) 황정일 주중대사관 정무공사의 영결식이 열렸다.

황 공사는 지난달 말 복통으로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뒤 곧바로 숨졌다.

지금까지 밝혀진 직접 사인은 심근경색.

하지만 젊고 건강한 황 공사가 갑자기 왜 심근경색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선 중국 당국에서 아직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의료사고가 분명해 보이지만 중국쪽에선 분명한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쏟아지는 폭염 속에서 고인을 애도하는 300여명의 조문객들의 표정은 그래서 더 어두워보였다.

고인의 아들은 이날 아버지의 시신을 한국으로 모시면서 기자들에게 짧은 편지를 남겼다.

"지금도 아버지를 죽게한 의사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현실과 그토록 중국을 사랑했던 아버지가 중국인들로부터 어떤 위로의 말도 듣지 못하고 떠나는 게 슬픕니다."

황 공사의 죽음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료사고가 의심된다면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담당의사의 진료를 중단시키는 게 옳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위 외교관이 사망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난 병원은 물론 담당의사도 예전과 똑같이 영업하고 있다.

영결식엔 중국 측에서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 대사관 측에서 항의의 표시로 중국 측 인사를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에서 외국의 공사가 숨졌다는 사실에 책임을 느낀다면 참석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물론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전에 공식적인 사과 등을 하긴 어렵다고 쳐도 황 공사의 죽음을 대하는 중국 측의 태도는 무례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한국 외교부도 애당초 중국 외교부에 사망 원인을 밝히라고 당당히 요구했다면 껄끄러운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故) 황 공사는 초년 외교관 시절부터 중국 문제에 매달려왔고 황장엽 망명사건 등을 처리한 중국통이다.

유능한 외교관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것도 안타깝지만,인생 대부분을 보낸 중국으로부터 사망한 지 보름이 넘도록 위로 한마디 못 받고 떠난 게 가슴 아프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