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간 대면 협상이 협상 장소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양측이 곧 장소 선정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탈레반이 결정된 바 없다고 즉각 부인,대면 협상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피랍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평화 지르가(jirga·'회의'라는 뜻의 파슈툰어)'도 파키스탄 부족장과 정치인들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어 '반쪽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칼리 유수프 아마디는 7일(현지시간)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직접 대화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대면 협상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근거가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그 보도들은 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9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인 '평화 지르가'는 참석 예정 인사들이 속속 이탈,난관에 봉착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르가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파키스탄 외교부가 8일 밝혔다.

파키스탄 이슬람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 에 이슬람'의 마울라나 파잘우르 레흐만 총수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도 불참 대열에 합류했다.

정치인에 이어 파키스탄 부족장들은 "탈레반이 이번 회의에 포함돼야 한다"며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지르가에는 파키스탄과 아프간에서 각각 700여명씩 모두 1400여명의 부족장과 정치인 종교지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자가 속출하면서 실제 참석 규모는 절반 정도인 700여명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불참 선언 확산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지르가의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자베드 이크발 체마 파키스탄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아프타브 아흐마드 내무장관 등 정치인들과 상당수 부족장들이 예정대로 8일 행사 장소인 카불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