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붙잡힌 한국인 인질 가운데 1명이 피살되고 8명의 석방설이 나온 25-26일의 10여시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시간이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안갯속 상황에서 낭보와 비보가 교차하면서 인질들의 운명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전날 탈레반측이 석방 요구한 수감자 8명의 명단을 정부 협상단에 넘기고 협상장 안팎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던 상황은 25일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한동안 잠잠해졌다.

협상 진행 상황을 알리는 외신보도가 뚝 끊기면서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이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다만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양측 협상단이 협상을 성사시킬 다른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관측만이 여러 외신들을 통해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후 4시18분(이하 한국시간) 탈레반측이 8명의 수감자를 풀어주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AFP 통신을 통해 타전되면서 상황은 다시 숨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살해 경고 시간까지는 2시간 10여분이 남은 상태.
탈레반 대변인인 카디 유수프 아마디는 "(협상) 시한은 이미 만료됐다"면서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오늘(25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6시30분)까지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인 와헤둘라 무자디디는 "우리는 (탈레반 죄수) 명단을 갖고 있으며 탈레반 죄수 8명의 석방 가능성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며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아마디의 주장을 부인했다.

또 탈레반의 살해 협박은 오후 5시50분께 다시 이어졌고 그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아마디는 다시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를 통해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 실패를 선언하고 재차 한국인 인질 일부를 처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살해 경고 시간까지 불과 4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시 협박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한층 더 졸이게 했다.

마지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한국과 아프간 정부 대표단으로 하여금 서둘러 협상카드를 내놓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던 것.
초조와 긴장감 속에 협상 결과를 기다려온 피랍자 가족과 국민들은 충격적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우려에 휩싸였으며 일부 가족은 실신하는 안타까운 광경도 목격됐다.

우려를 키우던 상황은 인질에 대한 몸값 지불과 인질 8명 석방 보도가 전해지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교도통신이 오후 6시56분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게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으며 수감중인 탈레반 요원 8명의 석방도 약속했다고 긴급 보도한 것.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2시간의 초조한 시간이 흘렀고 9시에 즈음해 정부 소식통을 인용, `8명의 인질이 석방돼 안전한 가즈니주 인근 미군 부대로 이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불과 20여분 뒤인 9시21분 로이터통신을 시작으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아프간 정부의 수감자 석방 거부로 탈레반이 한국인 남성 인질 1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는 납덩이처럼 가라앉았다.

살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정부의 신중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의 이름, 시신의 유기 장소, 아프가니스탄 관리들의 사망 확인 발언 등이 속속 이어지면서 인질의 피살은 사실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탈레반 대변인은 마침내 26일 오전 1시(현지시각, 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를 마지막 협상시한으로 못박고, 이 때까지 탈레반 죄수가 석방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인질도 살해될 것이라며 한국측을 코너로 몰아넣았다.

자정을 넘기면서 사망한 인질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시신은 온몸에 10발의 총상을 입은 처참한 모습으로 피랍사건이 발생했던 카라바그의 무셰키 지역에서 아프간 경찰에 수습됐다.

한줄기 희망과 같았던 인질 8명의 석방 보도는 계속 안갯 속이었다.

탈레반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석방 사실 자체를 부인했고 아프간 관리들까지 의문을 표시했다.

AP통신이 새벽 1시35분 서방 관리의 말을 인용, 여성 6명과 남성 2명 등 인질 8명이 석방돼 가즈니 주내 미군기지로 이송됐다는 보도를 했으나 정부는 새벽 3시께 8명의 석방 여부가 "확인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이를 속시원히 확인해주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아프간에서 발견된 시신 1구가 한국인으로 추정된다며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말해 사실상 비보를 확인해 줬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