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혐의가 인정돼 2년6개월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루이스 리비 전 미국 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동, 징역형을 면제함으로써 부시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 사이의 대립이 다시 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신보수주의 인사들이 최근 부시 대통령에게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의 감옥행 반대 탄원을 해 온 데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이라크 전쟁을 기획한 핵심 인물 중 한명이었던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주당이 부시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리비에 대한 징역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징역형을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리비에 대한 벌금형과 보호관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번 일로 리비가 "오랜 기간의 공직 생활과 법률 전문가로 일하면서 쌓아 온 명성은 영구적으로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3월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노출 사건 '리크게이트'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는 평결을 내렸고 이에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리비에게 징역형과 벌금,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민주당 내 주요 인사들은 이번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은 리비에 대한 '일부사면'이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보여 온 냉소주의와 분파주의, 법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 등을 고착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번 일이 "미국인들의 신뢰를 배신한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고 ,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직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한데 대해 역사의 혹독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미국 내 정치 소식통들은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압력을 못이겨 부시 대통령이 완전 사면이 아닌 일부 사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했다.

사면(pardon)과 달리 감형 성격이 있는 이번 조치(commutation)는 처벌 수위만 낮춰질 뿐 공식적인 용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CNN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리비에 대한 완전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72%에 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리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CIA 요원 신분 노출 때문에 기소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리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주당 쪽에서 '법 적용의 형평성' 등을 내세워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펼 것이라는게 정치 소식통들의 예상이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이라크전에 반대 목소리를 낸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에게 '보복'하기 위해 윌슨 대사의 부인이자 CIA 비밀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노출시켰다는 의심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빌미가 될 공산이 크다.

한편 AFP통신은 제럴드 포드, 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면권을 사용했었지만 그 결과 포드 전 대통령이 1976년 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정치적 역풍을 맞은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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