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정유사 '네탓' 공방 하지만… 기름값 급등 '공범'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치보다 10% 낮은 수준인데도 국내 기름값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정유업계와 유통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정유업계는 세금이 터무니없이 비싼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가 서로 '네 탓'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둘 다 기름값 폭등의 주범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첫 째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1554.04원이다.

이는 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의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 1548.01원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8월8일 배럴당 72.16달러의 최고가에서 지난 12일 65.04달러로 10%가량 떨어졌다.

현재 휘발유 소비자가격 중 공장도가격은 616.07원,유통마진은 57.64원이다.

정부가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의 항목으로 거둬가는 유류세가 880.33원에 달한다.

유류세 비중이 57%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유류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41%) 호주(38%) 캐나다(31%) 미국(14%) 등에 비해선 높지만 프랑스(67.3%) 영국(64.7%) 독일(63.1%)보다는 낮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평면적으론 맞다.

하지만 경제수준과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소비자가격 중 유류세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가정할 때 일본은 31,호주 29,캐나다 28,미국은 17에 그친다.

GNI를 감안한 휘발유 세금 수준은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은 23,호주 19,캐나다 15,미국 4 등에 불과하다.

정부는 하지만 유가가 국제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소득수준을 감안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높은 세금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항변하는 배경엔 유류세가 23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이다.

유류세를 10% 낮춘다고 했을 때 2조원 가까이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세금을 낮추기 힘들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을 공식적인 공장도가격보다 ℓ당 30~60원가량 낮게 적용한다는 점을 최근 인정했다.

휘발유의 공장도가격은 616.07원이지만 실제론 550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란 얘기다.

이른바 '백(Back)마진'이다.

이는 유류세금이 1.2% 오르는 동안 정유사 마진은 59%나 증가했다는 자료를 정부가 내놓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정유사들이 발표 가격보다 낮은 값에 휘발유 등을 팔면 손해를 볼 것 같지만,직영 주유소에서 이를 챙기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관련,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국내 5대 정유사가 각종 유류제품에 대해 주유소 실제 납품가보다 높은 허위 공장도가격을 고시해 1997년 유가자율화 이후 국민이 추가로 부담한 기름값 규모가 19조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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