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하고도 오리발을 내밀었던 '안타왕' 피트 로즈의 거짓말이 지난 20년 미국프로야구를 뒤흔든 거짓말 10가지 사례중 으뜸으로 꼽혔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 인터넷판은 10일 통산 4천256안타를 때려 메이저리그 사상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한 로즈가 1989년 신시내티 레즈 사령탑 시절 '매일 밤 내기를 하는 등 야구도박을 한' 혐의로 영구 추방됐다.

하지만 그는 15년간 이같은 사실을 철저히 부인해 오다 2004년 펴낸 자서전에서 끝내 도박 사실을 시인하고 뒤늦게 팬들의 용서를 구했다.

두 번째 거짓말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네 번째로 3천안타와 50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라파엘 팔메이로의 '사기'가 선정됐다.

그는 사용이 금지된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도핑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팔메이로는 결백을 주장하려고 미겔 테하다가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된 비타민을 줬다며 동료까지 팔았는데 이마저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더 큰 화를 당했다.

구단 재정악화를 막기 위해 1980년대 후반 자유계약선수(FA)를 아예 뽑지 않기로 담합했던 구단주들은 세 번째를 차지했다.

계속되는 의혹에도 그런 일이 없다며 발뺌을 했던 구단주들은 뒤늦게 들통이 나자 선수노조에 2억8천만달러를 물어내야 했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만연한 약물복용 실태에 관한 각 구단 대책 회의에 참석하고도 10년 후인 2005년에는 약물 복용 사태를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던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거짓말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로 거론됐다.

토론토 사령탑 재임 시절 조직력을 배가하기 위해 베트남전 참전 무용담을 애용했던 팀 존슨 감독은 실제 전투에는 나가지도 않고 시멘트 반죽만 매만진 공병으로 복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러났다.

모범생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아내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한 게 드러난 알 마틴, 1994년 "코르크 배트라면 지금쯤 홈런 50개는 쳤을 것"이라며 부정 방망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다 실제 코르크가 적발됐던 앨버트 벨 등도 기억에 남는 거짓말의 한 장면을 장식했다.

그 밖에 2002년 샌프란시스코 시절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으나 세차를 하다 다쳤다고 둘러댄 제프 켄트, 1998년 쿠바 탈출 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할 때 28살의 젊은 나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4살이나 더 많은 것으로 밝혀진 투수 올랜도 에르난데스도 거짓말의 대가로 공인됐다.

ESPN은 최근 J.P 리키아디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이 스프링캠프서부터 마무리 투수 B.J 라이언의 팔꿈치 부상을 숨겨 오다 뒤늦게 그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공을 던질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진 게 들통이 나자 역대 거짓말 사례를 재조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