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중단-조기 총선 불가피할 듯

터키 헌법재판소는 1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지난 달 27일 의회의 1차 투표가 정족수 미달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놓고 친 이슬람 성향의 정부와 군부와 야당을 위시한 세속주의 세력 간에 대결 국면은 일단 세속주의 진영으로 기울어졌다.

또 헌재의 투표 무효 판결로 의회의 대선 표결은 중단되고 야당과 세속주의자들이 주장해온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의 의회 표결에 전체 550명의 의원 가운데 361명만이 출석,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367명에 미달했다고 무효 이유를 밝혔다.

하심 킬리치 헌재 대변인은 "재판부는 367명의 정족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1차 투표는 무효이며, 의회가 투표를 계속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대통령 후보인 압둘라 굴 외무장관은 1차 투표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얻는데 실패, 2일 2차 투표에 이어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만을 필요로 하는 3,4차 투표를 앞두고 있으나 야당은 이슬람 성향의 굴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1차 투표 무효심판을 청구했었다.

정부 여당은 헌법상의 명확한 정족수 규정 미비를 이용한 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회의 대선 투표 유효 정족수도 일반적인 개회 정족수와 같은 재적의원의 3분의 1이라고 반박했으나, 세속주의 성향의 재판소는 결국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굴 장관을 다시 대선 후보로 내세워 2일로 예정된 2차 투표를 강행, 재적의원 3분의 2 출석 및 찬성 획득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의개발당의 사둘라 에르긴 의원은 더 이상 의회 표결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며, 의원들이 모여 향후 새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 여당 내부적으로도 입장이 엇갈렸다.

현지 관측통들은 여당이 2차 투표를 강행한다고 해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의원들의 투표 불참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352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단독으로는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판결이 나온 뒤 당내 회의를 주재하고 있으며, 이날 안에 향후 대선 일정과 조기 총선 실시 등에 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굴 장관은 국영 TV 방송에 출연, "더 이상 어두운 그림자가 터키에 드리워져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대통령을 의회 투표가 아닌 직접 선거를 통해 뽑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 대선 과정에서 정부와 군부 및 세속주의 세력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터키 증시는 헌재 판결 직전에도 주가 지수가 3.2%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이어갔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