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총격가한 여학생 힐셔와 연결고리 못찾아
사건 미궁빠질 가능성..경찰, 제보 기다려

버지니아 경찰이 버지니아공대 총격참사 사건 열흘째인 2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할 핵심적 의문 두가지를 끝내 풀지 못했다.

조씨와 그가 첫 총격을 가했던 여학생 에밀리 힐셔(18)와의 관계,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공학부 건물 강의실을 굳이 선택, 무차별 난사를 가해 30명을 절명케 한 이유는 이번 사건의 최대 미스터리였다.

이 두가지 의문은 온갖 억측과 추리가 난무하고 있는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경찰은 간주해 왔다.

그러나 아직 조승희의 범행 동기를 밝혀줄 어떠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설상가상으로 비록 조씨가 1차 범행 이전에 기숙사 바깥에서 목격됐지만 경찰은 조승희가 힐셔 등 두명을 살해했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하는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이 문제도 새로운 의혹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의혹만 키운 경찰 발표 = 스티븐 플래어티 버지니아 경찰국장은 이날 회견에서 ▲조씨 범행동기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 ▲조씨와 힐셔를 포함한 희생자들과의 연관성 ▲특히 첫번째 총격이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에서 일어났고 힐셔가 첫 희생자가 된 이유 ▲같은 기숙사에서 희생된 사감 라이언 클라크와 조씨와 연관성 ▲영문과 4학년생이었던 조승희가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 홀을 주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핵심적 내용들을 단 한건도 파악하지 못하고 의혹만 키운 셈이 됐다.

플래어티 국장은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에서 500여건의 증거물을 수집해 조사하고 추정 가능한 각종 범행 동기와 가설들을 따져 봤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증거를 통해 뒷받침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물론 경찰은 1,2차 범행 사이에 NBC 방송에 전달한 충격적인 동영상과 사진, 선언문(manifesto)들은 모두 1차범행 이전에 제작된 사실을 밝혀 냈다.

또한 조승희가 자살직후 남긴 두 정의 권총이 1차, 2차 범행에 모두 사용됐고, 노리스홀에서 9분간에 걸쳐 모두 170여발을 발사했으며, 희생자들은 대부분 몸에 3-4발의 총탄세례를 받은 사실도 찾아냈다.

그러나 당초 이번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던 조승희의 컴퓨터 파일과 휴대전화 기록, 이메일, 힐셔의 랩톱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록 조사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함으로써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 사건 미궁빠질 가능성..제보 기다리는 경찰 = 첨단 '과학수사'를 자랑하는 미국 경찰도 사건발생 10일째를 맞았지만 이번 사건의 단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버지니아텍 경찰서장인 웬델 플린첨은 이날 합동회견에서 "힐셔가 왜 조승희의 첫 희생자가 됐는지를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혀, 두사람의 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음을 분명히했다.

나아가 "조승희가 기숙사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동에서 저지른 범행과 그가 저지르지 않은 행위에 대한 사실 규명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의문이 많은 1차 범행의 정확한 사실 규명에도 진력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신적 장애를 겪어온 조승희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간주하고 있는 경찰이 조씨 주변의 결정적 제보만 기다리고 있을 뿐 속수무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유가족들, 경찰발표에 실망 = 유가족들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자 적잖은 아쉬움과 실망감을 표출했다.

더욱이 경찰은 실제 범인보다는 첫 희생자 힐셔의 남자친구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 사건을 키웠다는 그간의 비난을 의식한 듯 사건 개요와 경찰이 취한 초기 대응조치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비난을 자초했다.
플래어티 국장도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듯 "현재로서 우리는 사건 전모를 파악할 수있는 어떠한 범행 동기도 규명해내지 못했다"면서도 "가족들과 지역사회가 고통을 겪고 있고 이들이 이번사건의 해답을 원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관계자들은 비록 이날 발표가 중간수사 결과이긴 하지만 경찰이 아주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은 틀림없으며,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