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동기 못밝혀, 수사 장기화 가능성

버지니아공대 총격 참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는 지난 16일 약 9분 동안 170여발을 무차별 발사해 대규모 희생자를 낸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구체적인 범행동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경찰이 25일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의문점인 조승희와 첫 희생자 에밀리 힐셔와의 관계 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종결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찰은 예상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스티븐 플래어티 버지니아주 경찰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승희가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에서만 9분간 170여발의 총탄을 난사, 학생과 교수 등 30명을 살해한뒤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조승희는 총격에 앞서 노리스홀의 출입문 3곳을 체인을 감아 봉쇄했다.

플래어티 국장은 그러나 조승희의 컴퓨터 파일과 휴대전화 기록, 이메일 등을 정밀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밝혀주는 결정적 단서들은 찾아내지 못했으며 특히 첫번째 희생자인 에밀리 힐셔와 조승희와의 관계에 대한 의문점을 전혀 밝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힐셔와 조승희의 이메일 및 통화기록 등을 조사했으나 두 사람간의 관계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
그는 또 기숙사에서 희생된 22세의 4학년생 라이언 클라크도 조승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영문과 학생인 조승희가 주로 공학강의를 하는 노리스홀을 주범행장소로 선택한 이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래어티 국장은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에서 500여건의 증거물을 수집해 조사하고 추정 가능한 각종 범행 동기와 가설들을 따져봤으나 증거를 통해 뒷받침되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조승희의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9mm 권총을 분석한 결과, 이 총이 당일 아침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하는데 사용한 것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미 NBC방송에 보내진 조승희의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 편지 등은 모두 1차 범행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플래어티 국장은 수사를 마무리 짓는데 필요한 핵심 의문점들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으로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조승희가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자신을 밝히지 않은데다 심지어 가족들도 그가 말하는 것을 거의 들은 적이 없다고 밝히는 등 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당혹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당일 1차 범행이 발생한지 2분이 채 안돼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에 출동해 용의자를 붙잡아 조사하던 중 노리스홀 총격 신고를 받았으며 이후 3분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5분만에 건물안으로 진입했으나 2층으로 올라가던 중 마지막 총성이 울렸다고 그는 밝혔다.

조승희는 2층 한 강의실에서 희생자들과 함께 숨져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실탄도 발견됐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