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범인인 조승희씨(23)의 끔찍했던 삶을 용서하고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성숙한 용서의 문화'도 나타나고 있다.

○…버지니아텍 캠퍼스 중앙 잔디밭인 드릴 필드 내에 타원형으로 놓인 참사 사망자 33명 추모석과 함께 있는 조씨 추모석 앞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로라,바버라,데이비드 등의 이름이 적힌 편지글이 놓여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로라는 "승희야,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네가 아무런 도움과 안식을 찾지 못한 게 너무 안됐고 가슴이 미어진다.

네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이제는 평화와 사랑도 조금은 찾기를 빈다"고 적었다.

바버라는 노트 종이에 손으로 "네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팠단다.

머지않아 너의 가족이 평온을 찾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을 적어 놓았다.

○…조씨의 가족들은 지난 20일 AP통신에 전달한 사과성명을 통해 "그가 이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가족들이 현재 절망감과 상실감,당혹감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가족은 동생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가족들이 참담한 슬픔을 겪고 있는 희생자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부상자들과 이번 사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수사당국은 특히 조씨가 첫 총격을 가해 살해한 1학년 여학생 에밀리 힐스처(18)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를 위해 힐스처가 평소 사용해온 노트북컴퓨터와 휴대폰을 수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조씨가 힐스처와 평소 교신을 해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버지니아공대의 컴퓨터 서버를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당국은 이와 함께 조씨의 휴대폰에 나타난 기록을 찾기 위해 법원에 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조씨가 자신의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사전에 알렸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혀 수사의 초점이 조씨와 힐스처의 관계,외부 공범 가능성에 맞춰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필라델피아의 유력지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지난 20일자에 실린 '한국에 보내는 편지-당신들의 사과에 담긴 교훈'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제발 사과를 그만해 달라"며 "이 사건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번 사건 이후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이뤄진 촛불 추모식과 세 번에 걸친 대통령의 충격 표시 등은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지만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이민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조씨의 이름을 한국계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조승희(Cho Seung-Hui)' 대신 미국식 표기 방식인 '승희 조(Seung-Hui Cho)'로 바꿔 부르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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