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뉴저지주 버라이즌社 조씨 휴대전화 기록조사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 범인 조승희씨와 그가 첫 총격을 가한 여학생 에밀리 힐스처(18)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미국 수사당국은 사건 발생 엿새째인 21일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로 두 사람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세상을 저주하며 분노로 가득 찬 조승희씨의 동영상이 NBC 방송에 의해 공개되면서 이번 사건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모든 정황증거를 고려할 때 일단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를 풀어야 사건 전모를 파헤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그가 4개의 교실을 번갈아가며 학생과 교수들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기 전에 대학 기숙사 내 자신의 방에서 두 개 동이나 떨어진 에밀리의 방으로 찾아가 그녀를 먼저 살해한 배경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게다가 경찰은 조씨의 급우를 통해 "조씨가 평소 창문을 통해 에밀리가 기거해온 기숙사 웨스트 엠블러 존스턴 동을 자주 주시해 왔다"는 결정적 증언을 확보했다.

앞서 대만 출신의 한 학생은 지난 16일 사건발생 당시 "조씨가 여자 친구와 심하게 다투는 소리를 들었고 그 후 총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범죄 전문가들은 조씨가 NBC 방송에 전달한 선언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진정 자신을 홀대해온 일부 인사들과 부유층에 대한 반감으로 저지른 범죄였다면 처음부터 사람이 많은 강의실로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어야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이 대두됐었다.

따라서 경찰은 조씨와 에밀리 사이의 '풀리지 않는' 관계에서 사건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쪽으로 수사의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당국이 "조씨가 보낸 동영상 등은 수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에밀리가 평소 사용해 온 랩톱 컴퓨터와 휴대전화, 조씨의 휴대전화에 남긴 기록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한 버지니아 공대 내부의 컴퓨터 서버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미 법원측에 수색 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를 통해 조씨와 에밀리가 어떤 관계였는지, 특히 평소 이메일을 통해 대화를 자주 나누던 사이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낼 방침이다.


현재 경찰은 ▲에밀리가 조씨의 스토킹 대상이었거나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던 친구 ▲한때 연인관계였으나 에밀리가 최근 조씨를 멀리하던 상황 ▲에밀리가 조씨 범행 계획을 사전에 알았을 개연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조씨와 에밀리는 친분이 없는 사이였고, 더욱이 에밀리는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증언들이 나와 수사가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여러 증언과 정황 증거 등을 종합할 때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분명해 보인다.


조씨가 1차 범행 직후 자기 방으로 돌아와 남긴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질렀다"(You caused me to do this)는 노트 기록에서 'you'가 에밀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 기록과 대학 컴퓨터 서버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초에는 'you'가 자신을 억압한 부유층 또는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경찰은 나아가 조씨가 범행 이전에 전화로 대화를 나눈 사람이 에밀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영장에도 "조씨가 범행 전 휴대전화로 외부와 통화한 사실이 있고, 조씨가 자신의 계획을 사전에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cbr@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