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인종갈등-소외현상 등 쟁점화
NBC '모세' 추가동영상 공개 논란 확산

조승희씨의 총격난사사건이 충격적인 동영상 공개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 격론을 유발하고 있다.

총기규제 문제를 비롯, 인종갈등,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사회의 어두운 그늘과 고충, 사회적 약자 보호, 잇단 대형 총기사건과 모방범죄, 언론의 보도 정당성 등 해묵은 쟁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다.

특히 구약성서의 출애굽을 원용,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내 사람을 이끌겠다"는 내용의 추가 동영상이 19일 미 NBC 방송에 의해 공개되면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언론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민주-공화당, 2008 대선주자들간 논쟁도 불불기 시작했다.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한국인이 저지른 대형 참사라기보다 무기소지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미 수정헌법 2조와 주(州)들의 느슨한 총기관련법, 지나친 프라이버시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장치 미흡에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 토론에 참여한 랜드연구소 그렉 그지웨이, 미국기업연구소의 샐리 세이털은 "총기휴대에 너무 관대한 버지니아 주법이 대형참사를 불렀다"면서 "총기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이번 참극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강도 총기규제를 촉구했다.

맨해튼 연구소의 월터 올슨은 "버지니아텍 교수가 조씨의 왜곡된 심성을 미리 파악, 관계당국에 알렸음에도 법적 장애물이 너무 많아 미래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며 지나친 프라이버시 보호를 문제삼았다.

조씨가 NBC에 보낸 비디오와 선언문, 사진 등이 공개된 데 대해 경솔한 언론상업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ABC, CBS 등 주요 공중파는 물론 CNN, 폭스뉴스 등 뉴스전문 채널도 분노에 가득찬 조씨 모습을 주요뉴스로 계속 방영, 진정기미를 보이던 이 사건에 다시 기름을 끼얹고 있다.

권총과 칼을 든 섬뜩한 모습으로 세상을 저주하는 조씨의 모습이 방영되면서 일반 미국인들도 이번 사건에 분노하기 시작했으며, NBC의 방송 결정에 대한 후유증도 커지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당초 이 방송 '투데이 쇼'에 출연키로 했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방송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며 출연을 일방 취소했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버지니아텍 재학생, 시청자들도 "유가족과 친지들의 감정을 고려치 않은 경솔한 짓"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NBC가 범인 조씨의 주장을 그대로 방영함으로써 결국 그를 '승리자'로 만들었다며 "살인범이 무덤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격이 됐다"고 격앙했고, 누리꾼들도 동영상 공개로 모방범죄 유발 우려가 있으며 NBC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클린트 반 잔트는 "범인의 거친 행동과 언동을 그대로 전달하는 행위(방영)는 결국 시청자 모두를 희생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범인의 생생한 모습은 자칫 많은 '예비 범죄자'들에게 본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NBC는 성명을 통해 유가족들이 당했을 고통을 십분 이해한다면서 사안의 예민성과 시청자의 알권리 등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했으며 방영된 내용은 "최대한 여과된 것"이라고 말해 조씨가 보낸 비디오 등 내용물이 상당 부분 미공개 상태임을 시사했다.

경찰당국은 "조씨의 우편물은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어서 수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블랙스버그.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이기창 김병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