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사회 곳곳이 각종 이슈로 들끓고 있다.

총기 사용 규제라는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모방 범죄에 대한 공포는 일부 학교의 임시 휴교로 이어졌다.

○…총기 구매를 까다롭게 만들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되살아나고 있다.

2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민주당 존 딩겔 하원의원은 총기 구매 희망자에 대해 과거 범죄 경력과 함께 정신적 이상 여부도 확인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미국 각 주정부는 정신병이나 체포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연방정부에 전달하고 이들의 총기 구매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 법안은 수년 전 캐럴린 매카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제출했던 법안과 동일한 것이다.

당시 매카시 의원의 법안은 하원에서는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19일 시카고 교외 샴버그의 한 고등학교에서 폭탄 테러 경고로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학교 당국과 경찰은 예방 조치 차원에서 이날 오후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샌프란시스코의 헤이스팅스 칼리지는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언급한 협박이 올라오자 법대 건물을 폐쇄하고 학생 300명을 대피시켰다.

이처럼 모방 범죄의 징후가 속속 나타나자 캘리포니아주 북부 12개 학군 13개 중·고등학교가 19일 임시휴교했다고 NBC 방송이 보도했다.

○…조승희씨가 범행 당일 적어도 200발의 총알을 발사했으며 이를 위해 미리 사격연습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MSNBC방송 인터넷판은 20일 버지니아주 경찰이 조씨의 2차 범행 장소인 공대 건물(노리스홀)에서만 17개의 권총 탄창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조사관들은 이를 근거로 조씨가 이날 최소 200발은 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조씨가 대학 캠퍼스에서 64km 떨어진 로어노크의 한 사격장에서 3월 중순께 사격연습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버지니아공대에는 각계 각층으로부터 성금을 전달하고 싶다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창생뿐만 아니라 학교 이름도 몰랐던 사람들까지 눈물을 흘리며 연락해온다"고 보도했다.

모금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클럽은 살사(남미풍이 섞인 댄스음악) 무대를 계획했고 페어팩스의 한 식당에서는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한국인 단체들의 도움도 잇따르고 있다.

돈이 모여들자 사기꾼도 등장했다.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사건 희생자를 돕겠다면서 기금을 모은 뒤 이를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일부를 빼돌리는 금융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기부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조승희씨는 학교 수업시간에도 눈에 띄는 사고뭉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에게 영시작성법을 가르쳤던 버지니아공대 영문과 니키 지오바니 교수는 "조승희는 늘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항상 수업시간에 벗으라고 요구했다"며 "그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매번 수업 시작 전에 해야 했던 '의식'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조씨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그의 휴대폰에 저장해 다닌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학생들도 조씨를 불편해 했다고 지오바니 교수는 덧붙였다.

○…조씨의 생모가 1993년 강도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뉴스가 결국 오보로 확인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교민신문인 '주간 미시간'은 20일 디트로이트 한인들의 제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중 삼중으로 확인 작업을 한 결과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현재 조씨의 생모는 연방수사국(FBI)이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김유미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