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동영상 전격 공개..권총-칼 등장 끔찍한 사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조승희(23)씨가 사건 당일 미 NBC 방송에 서부영화 총잡이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 기록 등의 우편물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또한번 충격을 낳고 있다.

미 NBC 방송은 18일 오후(현지시간)부터 'NBC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를 통해 조씨가 보낸 동영상과 사진 등을 전격 공개했다.

NBC 방송의 스티브 캐퍼스 회장은 조씨로부터 두툼한 우편물을 받아 즉각 FBI에 신고했으며, 그가 보낸 사진과 비디오, 우편물 등은 기숙사에서 1차 범행을 강행한 뒤 공학관에서 2차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29장의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를 보냈고, 2장의 사진은 밝게 웃고 있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으나 나머지 11장의 사진은 서부영화 총잡이처럼 권총 두정을 양손에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등 강한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다.

또 나머지는 조씨가 칼을 들고 있는 모습과 책상위에 총을 올려놓고 장전하는 사진 등도 포함돼 있으며 직접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비디오도 방송국에 보냈다.

NBC는 조씨가 '원한'과 '파괴' 등 1천800개의 단어를 이용한 성명서(manifesto)를 통해 분노를 표현하면서 특히 부유층에 대해 증오감을 드러냈다면서 하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씨는 우편물에서 "얼굴에 침 뱉으면 어떤 기분인지, 살아 있는 상태에 불로 지지면 어떤 기분인지, 목에 쓰레기 들어 있는게 어떤 기분인지 아느냐"고 마치 사회 전체를 향해 저주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내가 이 일을 저지른건 다 네 덕분이다. 예수처럼 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이 일을 저질렀다"면서 "너는 오늘을 피할 수 있는 수천억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내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이 결정은 네가 한 것이고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네 손에 묻은 피는 결코 씻을 수 없을 것이며 내 가슴과 영혼을 찢었다"면서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됐었지만 나는 내가 아닌 내 아이들과 형제 자매 등을 위해 이 일을 한다"고 횡설수설했다.

우편물 발송을 통한 이런 수법은 지난 1970년~1990년대 이른바 '유나보머'(Unabomber)라고 불린 연쇄 편지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나보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문명의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주 경찰청장인 스티브 프래허티는 "이것은 새롭고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우편물의 가치를 분석하고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해, 단순한 치정 사건보다는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경찰은 당초 기숙사 여학생과 심한 말다툼을 벌인 뒤 그녀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 했다는 점을 감안, 치정에 의한 총격사건으로 잠정 판단했으나 외톨이로 지내며 심적 장애를 겪어온 조씨가 사회 부유층을 향한 분노를 표현해 온 점 등으로 미뤄 계획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우편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자세한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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