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의 여파로 미군의 전투준비태세가 크게 약화됐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에 있는 20여개 전투여단이나 유럽과 아시아 기지에 배치된 병력 가운데 주한미군을 제외하고는 전선에 신속 배치될 수 있는 충분한 병력과 장비를 갖춘 부대가 하나도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증파결정을 내린 이후 미 육군의 43개 현역 전투여단 가운데 절반 정도가 해외에 배치돼 있는 상태라면서 미 육군의 전투준비태세 약화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몰고온 여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82공정사단은 지난 수십년 간 통상 3천500명으로 구성된 전투여단 1개를 분쟁발생시 1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분쟁지역 배치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준비태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82공정사단은 보유병력이 1만7천명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해외에 파병된 상태. 이 때문에 매년 실시하던 메모리얼데이 퍼레이드까지 취소한 상태여서 유사시 18시간 내에 분쟁지역에 수백명을 배치할 능력조차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미 육군이 훈련이 끝난 전투여단을 곧바로 이라크나 아프간에 배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각종 장비도 출고 즉시 이라크로 보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병력과 장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미군 관계자들은 새로운 대규모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만 초기대응이 늦어지면서 더 많은 사상자 발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육군보다는 해군과 공군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이란과 북한과의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파병이 필요한 분쟁이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지상군 파병이 시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라크 주둔군 가운데 일부를 신속대응군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에 많은 병력을 파병한 해병대도 육군과 마찬가지로 병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라크 파병대기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10개월여로 단축된 상태여서 언젠가는 전투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