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과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이 할리우드에 이어 월스트리트에서도 세 대결을 벌인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유명인사의 주목을 받아 힐러리 진영을 긴장시킨 오바마 의원이 9일 힐러리 의원의 텃밭인 맨해튼에서 잇따라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가진다.

오바마 의원은 월스트리트 금융계의 인사들과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상대로 잇따라 행사를 열어 젊고 새로운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미 정치권의 최대 자금줄인 월스트리트 공략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최대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특히 금융권의 활황에 힘입어 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데다 헤지펀드를 통해 새로운 재력가들이 크게 증가한 상태여서 대권을 꿈꾸는 후보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곳.
오바마 입장에서도 월스트리트는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젊은 재력가들이 다수 포진, 자신이 표방하는 젊고 새로운 정치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어 이번 맨해튼 행사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오바마 의원은 할리우드에서 클린턴 부부의 지지자 가운데 일부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데 이어 민주당 최대 후원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며 월스트리트에서도 한때 클린턴 부부를 위해 자금을 모금했던 오린 크래머 보스턴 프로비던트 파트너스의 파트너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아들인 제이미 루빈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힐러리 의원의 지역구에 속하는 데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도 월스트리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어 오바마 의원이 월스트리트에서 힐러리 의원을 압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가 힐러리 의원의 정치적 기반이 되고 있는 곳이란 점을 감안할 때 오바마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에 대한 힐러리 의원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월스트리트에서 자금모금 행사를 예정하고 있는 힐러리 의원이 오바마 의원보다 많은 선거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월스트리트에서는 힐러리 의원이 오바마 의원보다는 공화당 후보들의 움직임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면서 특히 뉴욕시장 출신인 루디 줄리아니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