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지 1년1개월여가 지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했다.

그는 26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올해 안에 침체기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말에 뉴욕증시와 달러화 가치,금리는 나란히 하락했다. 가물가물해지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되살아났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특히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고 강조했던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대조돼 전·현직 FRB 의장의 '혜안 대결'이 어떻게 귀결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컨퍼런스'의 위성 연설을 통해 "2001년 이후 6년간 지속돼온 미 경제의 확장기가 끝나가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기를 예측하기는 참으로 힘들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미 경제가 침체기(recession)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업이익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경기 확장기의 끝물에 와 있다는 초기 신호"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미 주택경기에 대해선 "주택경기 둔화가 미 경제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미국 재정적자에 대해선 "지난해 재정적자가 4년 만의 최저인 2477억달러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의 이 같은 발언은 뉴욕 금융시장에 당장 영향을 미쳤다. 이날 사모펀드인 KKR가 전력회사인 TXU를 사상 최대 규모인 45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5.22포인트(0.12%)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연 4.63%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