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5000원이면 아시아와 유럽을 비행기로 오갈 수 있다."

아시아 저가 항공 시장을 개척한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가 쿠알라룸푸르와 영국 맨체스터를 잇는 첫 장거리 노선을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에 서비스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의 경우 같은 노선을 120만원에 내놓고 있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에어아시아가 예정대로 오는 7월 운항을 시작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 항공업계에 가공할 만한 가격 파괴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어아시아는 영국~말레이시아 왕복 노선을 빨리 예약하는 승객에 한해 최저 80달러(약 7만5000원)의 요금을 적용키로 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29일자)가 보도했다.

예약 시기별 구체적인 가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지는 평균 200달러(약 18만5000원) 정도로 요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영국과 말레이시아를 이 가격대에 이어놓으면 중국과 호주,인도 고객까지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유럽으로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만 50만명의 승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성공하면 북미시장으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파격'의 주인공은 에어아시아를 운영하는 플라이아시안익스프레스(FAX)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페르난데스.그는 "지난 1년반 동안 저가 항공의 운영 원칙을 말레이시아에서 유럽,중국에 이르는 장거리 노선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봤다"고 말했다.

결론은 '가능하다'로 나왔다.

그래서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회사를 '에어아시아X'란 브랜드로 새로 설립했다.

어떻게 이렇게 싼 요금이 가능할까. 먼저 유지·수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가지 기종의 비행기만 구입,운항한다.

또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바로 인터넷이나 전화 예약으로 항공표를 살 수 있도록 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공항에 VIP 라운지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특히 에어아시아를 타면 기내식은 물론 물과 음료수도 돈을 내고 사 마셔야 한다.

화장실에는 변기와 휴지,물비누 외에 아무 것도 없다.

수하물도 15kg이 넘으면 돈을 내야 한다.

요즘 항공사들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마일리지도 제공하지 않는다.

기존 항공사 서비스가 리무진이라면 이들 저가 항공사는 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이게 바로 '가격 파괴 마술'의 비결이다.

에어아시아는 2001년 두 대의 항공기로 운항을 시작해 현재 5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쿠알라룸푸르 방콕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8개국,48개 주변 도시로 승객을 실어나른다.

올해 18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속도로만 보면 아시아 최고 항공사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