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메르코수르 갈등의 불씨 가능성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관용과 자제를 촉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개막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담을 주관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전날 두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메르코수르 운영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선 키르치네르 대통령에게 메르코수르에 새로 가입하려는 볼리비아에 대해 특혜조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 것을 촉구했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등 약소국에 대한 지원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으로 주문했다.

현재 메르코수르에 비해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볼리비아는 자국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메르코수르의 기본 운영원칙인 대외공동관세 적용 대상에서 최소한 일정 기간이나마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메르코수르에 가입하면 평균 12% 정도인 대외공동관세를 채택해야 하며, 회원국 간에는 매우 낮은 관세를 적용하거나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등의 무역자유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룰라 대통령은 "볼리비아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혜택을 부여해야 하며, 회원국간 무역 불균형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에 대해서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일방적인 양보도 곤란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겉으로는 '관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해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차베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메르코수르의 원칙과 기존 회원국에 대한 비난을 제기해 블록을 좌지우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전날 리우 도착 직후 기자회견에서 "메르코수르가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로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룰라 대통령은 블록의 단합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비아그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신규 가입국으로서 블록의 운영원칙을 거스르거나 브라질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방식을 통해 메르코수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메르코수르 내에서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의 현재 위치를 규정하면서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형 사회주의' 주장을 겨냥한 듯 "21세기는 대륙 통합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또 다른 강국인 아르헨티나가 통합 과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해 메르코수르 운영과 중남미 통합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차베스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경고를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나 차베스 대통령 모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발언이 메르코수르 운영과 관련해 아르헨티나에 브라질의 우위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영향력 확대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중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장기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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