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 하락으로 후임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취임 4개월도 안돼 마치 '레임덕'에 빠진 모습이다.

취임 당시 전후 역대 총리로는 3번째로 높은 지지율 속에 내각을 출범시킨 아베 총리는 자민당 탈당의원들의 복당 파문과 행정개혁상 경질, 각료들의 정치자금 의혹 등 악재가 겹친데다 당초 기대했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정권의 운명이 걸린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 '얼굴'로는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당안팎에서 새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총리에 관한 얘기들이 버젓이 나돌고 있다.

'포스트 아베'를 노린 당내 각계파간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막판에 출마를 접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에다 아베 총리와 끝까지 겨뤘던 다니가키 사타카즈(谷垣楨一) 전 재무상, 아소 다로(麻生太郞) 현 외상 등이 차기 총리와 관련, 주목을 받고 있다.

여차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재등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니가키 전 재무상은 지난 15일 지역구인 교토(京都)에서 개최한 강연에서 아소 외상이 자신에게 연대를 제의하면서 "다음 총리로 나를 먼저 시켜달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벌써부터 차기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소 외상으로서는 올해 66세인 점을 감안할 때 정권을 얻기위해 아베 현 총리가 조기에 퇴진하기를 은근히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 아소 외상은 자신과의 밀담을 폭로하면서까지 견제에 나선 다니가키 전 재무상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아직 이렇다할 행보는 보이지않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총리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다가 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퇴임후 일반인들과 함께 전통극 '가부키'를 관람하는 등 주로 문화인들과 교류 하면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추진했던 개혁노선의 완성을 위해 재등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사라지지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속한 모리파의 보스로, 후견인 격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벌써부터 후임론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중의원에서 여당 의석수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총리가 어떻게 되는 일이 없다"며 총리 교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 자신은 17일 저녁 출입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자민당에는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기 때문에 활력이 있어 좋은 것 아니냐"며 담담한 태도로 받아 넘겼다.

하지만 자신의 후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대해 결코 기분 좋을 리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 양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못할 경우 법안 통과 등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 정권을 내놓지않으면 안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노려 참의원 선거 승리를 통한 정권 탈환을 목표로 총력을 쏟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지율 반전을 위해 17일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 헌법 개정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개헌 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내세워 강력한 지도력을 연출,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