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아닌 정치현실론..링컨의 초당적 연정 실험 재시도해야"

"미국의 2008년 대선에서 정.부통령 후보 짝으로 '존 매케인(공화)-힐러리 클린턴(민주)'이나 '배럭 오바마(민주)-척 헤이글(공화)'이면 어떤가"

공상이라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래니 데이비스는, 미 역사상 양극화가 가장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재 미국의 정치 현실상, 이러한 초당적 짝짓기야말로 미국이 직면한 대내외 위기 해결을 위해 정치 현실주의 측면에서 필요하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14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강조했다.

전례도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4년 재선에 도전했을 때 그랬고, 가까이는 2004년 대선 때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도했었다.

공화당이던 링컨은 한니발 햄린 부통령에게 재선에서의 부통령 후보 자리를 포기할 것을 요청하고 당파성이 강했던 민주당의 앤드루 존슨을 러닝 메이트로 삼았다.

링컨의 연정 실험은 취임 1개월도 안돼 암살당하는 바람에 비극적으로 단명에 그쳤지만, 다시 시도해본다면 지금이 그때라고 데이비스는 강조했다.

케리도 2004년 당내에서 격렬한 반대에 부닥칠 것을 알면서도 부통령 후보로 반대당인 공화당의 매케인과 손잡는 방안을 검토했다.

매케인이 이를 거절해 결국 무산됐으나, 돌아보면 '케리-매케인' 조였다면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데이비스는 주장했다.

그는 "1864년과 너무도 닮은 오늘날 미국 정치의 불안(unease)과 광기의 당파성(rabid partisanship)은 누군가가 2008년 대선에서 초당적인 정.부통령 카드를 선보이도록 도전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여전히 9.11 테러공격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실이나,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이 위기들에 대한 초당적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행정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전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당파적인 역공이 두려워 결정을 미루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이라크 전쟁비용과 건강보험, 에너지, 지구온난화, 사회보장 등의 비용과 재정적자를 감안할 때 세금문제 해결도 시급하다고 데이비스는 지적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비서관을 지낸 시오도어 소렌슨이 1984년 저서에서 이미 제시한 다양한 방법의 초당적 행정부 구성 방안을 소개했다.

링컨처럼, 민주당이나 공화당 대통령 후보 당선자 가운데 한 사람이나 두 사람 다 공식 지명대회에서 상대당 인사를 부통령 후보로 영입하는 것이 첫 방법이다.

데이비스는 그러나 자신이 선호하는 방법으로는, 양당이 각각 정.부통령 후보를 내서 선거를 치른 뒤 승자가 부통령 당선자에겐 국무장관 같은 자리를 주고 당선자 자리를 양보토록 해 패자 진영의 대통령 후보나 부통령 후보를 부통령에 앉히는 방식을 제안했다.

유세기간에 이러한 계획을 미리 유권자에게 공개함으로써 초당적 대통령이 된다는 약속을 확인시키는 게 이상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부통령 후보는 그 자리를 임시로 채우는 역할만 하는 셈이다.

이 경우, 반대당 인사를 부통령에 당선시키는 법적 절차는 선거후 대통령 당선을 공식 확정하는 선거인단의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에 따라 이뤄질 수도 있고, 아니면 취임 후에 부통령이 사임하고 공석이 된 자리를 미 헌법 제25 수정조항에 따라 의회의 투표로 선출할 수도 있다.

이 행정부는 각료를 50대 50 비율로 임명하고 법관 지명도 당파성이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는 게 데이비스의 주장이다.

데이비스는 조셉 바이든(민주)-밋 롬니(공화), 존 에드워즈(민주)-마이클 블룸버그(공화), 빌 리처드슨(민주)-루돌프 줄리아니(공화) 등 어떤 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클린턴-줄지아니는 같은 주 출신이어서 미 헌법상 정.부통령 후보로 동반출마할 수 없다.

데이비스는 "2008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 혹은 두당 모두 초당적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를 내거나 선거후 초당적 행정부를 운영할 것이라는 데 내기를 해도 좋다"며 "그렇게 하는 당만이 이길 것"이라는 데도 내기를 걸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