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장이 불확실한 수익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푸르덴셜 ICICI 자산운용) "여러 꾸러미 속의 특별한 하나,현명한 선택이 필요합니다."(피델리티)

"이번 축제 기간,당신 아이들의 미래를 조명해보세요."(Birla sun 생명보험)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 거리 여기 저기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형 옥외광고 문구다.

새벽 4시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은 노숙자들과 낡은 건물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내로 접어들자 버스정류장과 버스 등 사람들이 붐빌 만한 곳이면 영락없이 이들 광고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동차 휴대폰 통신사 광고와 더불어 넷 중 하나는 펀드 광고가 차지할 정도다.

인도 경제의 고성장을 기반으로 올들어 센섹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면서 펀드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2004년 말 330억달러에 불과했던 뮤추얼펀드 규모(순자산 기준)는 불과 1년반 만에 620억달러로 불었다.

한국펀드 시장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인도 증권거래소 인도중앙은행(RBI) 증권사들이 대거 웅지를 품고 있는 뭄바이는 12억 인도가 이처럼 신흥 자본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경제 고성장이 인도 자본시장의 원동력

인도 최고(最古) 봄베이증권거래소(BSE)가 있는 뭄바이 남부 다랄거리.좁은 길을 따라 낡은 건물에 입주한 증권 은행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에선 '인도의 월가'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옆 최신건물의 BSE 앞에는 증권 교육이나 예탁 결제 등 업무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테러에 대비, 검색을 받아야 거래소에 들어갈수 있는데 증시 활황으로 방문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경비원의 귀띔이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해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브로커회사는 2128개사이지만 상위권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비제이 싱하니아 인도증권업협회(ANMI) 회장은 "650개 브로커회사가 NSE 전체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증시 급성장 배경은 높은 경제성장 덕이다.

인도 델리대를 나와 통역사로 활동하는 리시 쿠마르 아켈라씨는 "인도 경제성장에 동참하려는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크게 늘며 뭄바이 집값은 최근 2~3년새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6.9%에 이어 지난해엔 7.3% 성장했다.

코탁증권 인드라닐 센 쿠프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국내GDP는 중장기적으로 7~7.5%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 자산운용업계의 각축장

뭄바이에서 파이낸셜어드바이저(IFA)로 활동하고 있는 사이러스 바트카씨는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는 수첩을 보여 줬다.

인도 내 펀드 판매는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뿐 아니라 우리나라 보험설계사처럼 독립된 FA를 통해 상당부분 이뤄진다.

바트카씨는 "2년 전 하루에 2~3곳을 방문하던데 비해 요즘에는 5~6곳을 돌 정도로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며 "고객 잔고도 크게 불어 수익도 제법 짭짤해졌다"고 귀띔했다.

인도 자산운용업은 지난 64년 국영자산운용사인 UTI가 설립된 이후 발전을 거듭해 왔다.

93년 민영자산운용사 설립이 허용된 후 현재 30개사가 영업중이다.

UTI가 최대자산운용사의 위치를 확고히 한 가운데 푸르덴셜 프랭클린템플턴 도이치 피델리티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10개사가 앞다퉈 진출했다.

하지만 주식이나 펀드는 아직 일부 계층에 제한돼 있다.

가계의 투자 수단은 은행이 40%에 달하고 주식은 4%대에 불과하다.

현지에서 활동중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김태훈 회계사는 "1억6000만명에 이르는 인도 중산층 인구는 10년 후 3억명 이상으로 늘면서 주식이나 펀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자산운용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인도 자산운용업계는 대형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상위 5개사가 전체 펀드의 절반에 가까운 30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인도 최대 은행 ICICI와 손잡은 푸르덴셜은 펀드운용 규모가 66억달러로 4년새 3배 늘었다.

든든한 판매사를 잡은 덕이다.

인도 진출 12년째를 맞은 국성호 신한은행 인도법인장은 "인도에 진출하려면 거대화 추세에 맞춰 덩치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뭄바이(인도)=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