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모델이 실종되고 부총리와 가까운 고위 정치 분석가가 수사대상에 오른다.

여기에 섹스와 경찰이 개입되고 금품갈취와 살인이 가미되면 흥미진진한 범죄기사의 요건은 두루 갖춰진 셈.
말레이시아 부총리와 가까운 정치분석가 압둘 라자크와 내연의 관계로 추정되는 몽골출신의 모델 알탄투야 샤리이부 실종 사건으로 말레이시아 언론이 연일 떠들썩하다.

말레이시아의 신문, 방송기자들은 요즘 불륜으로 추정되는 저질 이야기를 짜맞출 실마리와 선정적인 사실들을 쫓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개요는 충격적이다.

먼저 28세의 몽골 출신 모델 샤리이부가 지난 10월 19일 압둘 라자크다의 집 밖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실종됐다.

유부남 정치 분석가인 압둘 라자크는 19살난 딸을 두고 있다.

며칠 후 경찰은 정글속에서 사람의 유해를 발견했다.

희생자로 보이는 유해는 총격을 받은 후 폭발물로 폭파해 갈가리 찢긴 상태였다.

경찰은 유해가 실종된 샤리이부인 것으로 보고 두개골 파편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 부모의 DNA를 채취, 대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압둘 라자크는 11월 7일 구금돼 심문을 받고 있다.

그는 16일 치안판사 앞에 출두한다.

이 자리에서 기소되거나 석방 또는 구류계속명령을 받게 된다.

그 자신은 사건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발행부수의 영자지 '더 스타' 수석기자 M. 크리쉬나무어시는 "이번 사건은 대중들이 읽고 싶어하는 선정주의, 섹스, 스캔들 등 이른바 3S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들은 이번 사건이 현지 미디어에 자신들의 솜씨를 보여줄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모든 뉴스보도는 집권 연립 정당의 통제를 받으며 정부에 관한 보도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가 3년전 취임하면서 공공분야에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이래 언론도 대담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TV기자는 "알탄투야 사건이 우리에게 조금 더 많은 자유를 주었다"면서 "누구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실제 이야기를 쫓는 진짜 기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더 스타와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를 비롯, 중국어와 말레이어 신문들에는 최고급 수사소식은 물론 엉뚱한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경찰 소식통을 인용하거나 취재 및 조사한 내용들이다.

크리쉬나무어시는 이번 사건이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등장인물의 의외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목수거나 근로자였다면 이런 큰 뉴스는 되지 않았을테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우연히도 상당한 수준의 두뇌와 품질이 기대되는 정치분석가"라고 지적했다.

압둘 라자크는 나지부 라자크 부총리가 설립한 두뇌집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의 정치상황에 대한 압둘 라자크의 분석은 외국언론에도 자주 인용된다.

모델인 샤리이부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고등교육을 받은 가계출신으로 러시아어와 중국어, 프랑스어, 영어의 능숙한 번역자다.

그녀의 부친은 몽골리아 대학 심리학교수이며 모친은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압둘 라자크와 샤리이부가 2년전부터 내연의 관계를 가졌으며 압둘 라자크가 관계를 청산해 불화가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샤이이부의 동생이 실종자수색원을 낸 후 VIP 경호부대 출신 한명을 포함한 경찰간부 3명이 체포됐다.

수사관들은 이들을 심문한 끝에 쿠알라룸푸르 교외의 외진 정글언덕의 개척지에서 두개골 파편을 찾아냈다.

이들중 2명은 샤리이부 살인혐의로 15일 기소됐다.

나머지 1명은 석방됐다.

저명한 불로거인 제프 우이는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수사 당국이 샤리이부의 시체가 폭파됐다는 결론을 내리면 "핵심 의문"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폭발물과 무기를 어떻게 입수했느냐가 된다고 지적했다.

시에드 압둘 라만 알하브쉬 몽골 영사는 샤리이부가 압둘 라자크에게서 50만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왔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샤리이부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16개월된 아들에에 재정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왔다고 가족을 대신해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말레이시아인 분석가인 로젠드라나스 모한은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든다"면서 "이런 일은 말레이시아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AP.로이터=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