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80)가 결혼한 유일한 여인이 40년만에 쿠바로 돌아왔으며 카스트로를 방문했을지 모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살아온 미르타 디아스 발라르트(78)가 카스트로가 집권하기 전에 그와 낳은 아들 피델리토를 만나기 위해 쿠바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서는 디아스 발라르트가 장(腸) 수술을 받은 후 처음으로 권력이양 압력을 받고 있는 카스트로를 방문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늘고 있다.

두사람이 화해하면 사랑과 배신으로 뒤얽힌 카스트로 생애의 이상한 종말이 된다.

디아스 발라르트는 카스트로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로 이혼한 후 그의 정적중 한 명인 에밀리오 뉴네스 블랑코와 결혼했다.

이후 남편이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지난 달 사망할 때 까지 40년간 마드리드에서 살았다.

뉴네스 블랑코는 후일 카스트로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 풀게니코 바티스타를 지지했다.

카스트로는 이후 4명의 여자와의 사이에 8명의 아이를 더 두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카스트로가 재혼하지 않은 것은 디아스 발라르트의 특별한 지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아스 발라르트는 스페인에 정착한 후 카스트로와의 짧은 결혼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중산층 출신의 철학도였던 그는 둘다 대학생 시절이던 1940년대에 스페인계 이민의 아들인 카스트로를 만났다.

아버지 라파엘 디아스 발라르트는 바티스타 정부의 유력한 관리가 됐지만 그는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법률가가 되기 위해 공부중이던 카스트로와 1948년 결혼했다.

그녀는 이듬해 아들 피델리토를 낳았다.

그러나 카스트로가 혁명투쟁에 매달려 어린 가족을 돌보지 않자 남편이 정숙하지 않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1955년 카스트로와 이혼한 디아스 발라르트는 뉴네스 블랑코와 사랑에 빠졌다.

독재정권에 의해 쫓겨난 카스트로는 뉴네스 블랑코와 아들의 동거를 허용하는 것처럼 속여 전 부인을 유인한 후 재빨리 남편을 구금해버렸다.

1959년 바티스타가 축출된 후 뉴네스와 디아스 발라르트는 수년간 쿠바에 체재했으나 마드리드로 떠나버렸다.

디아스 발라르트는 모스크바대학에서 공부하던 아들과 가까이 있고 싶어했다.

그가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쿠바로 돌아오자 디아스 발라르트는 아들 피델리토를 보기 위해 가끔 자신이 태어난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지난 7월 쿠바를 방문했을 때 남편 뉴네스 블랑코가 사망했다.

마이애미에 사는 카스트로의 누이 주아나는 스페인 신문 엘 문도에 "뉴네스 블랑크가 사망했을 때 디아스 발라르트는 쿠바에 있었으며 카스트로는 와병중이었다.

그녀는 아들과 가족을 보려고 몇차례 쿠바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에 사는 동안 디아스 발라르트는 강박적일 정도로 카스트로와의 과거를 숨겼다.

그러나 두번째 남편이 어느날 친구인 스페인 저널리스트 아르만도 레스트레포에게 그녀의 비밀을 털어 놓았다.

레스트레포는 "그는 내게 '아내가 카스트로와 결혼해 그의 아들 피델리토를 낳았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돌처럼 굳어졌었다"고 회고했다.

디아스 발라르트의 오빠인 라파엘은 카스트로의 철저한 반대자로 남아 있다.

쫓겨난 콩고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의 친구이자 사업가인 라파엘은 그녀의 카스트로와의 과거 때문에 지금도 누이동생과 소원한 사이다.

자신의 애정행각을 국가기밀 수준으로 취급하는 카스트로는 나티 레불레타, 마리아 라보르데, 셀리아 산체스 만두레이, 달리아 소토 등 4명의 여자 친구가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