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한인교회의 보호를 받고 있던 탈북자 175명이 22일 밤 9시부터 10시 30분 사이(이하 현지시각) 태국 경찰에 의해 이민국으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태국 방콕의 호이쾅 경찰서는 주태국 한국대사관 근처에 있는 2층짜리 주택을 급습, 이곳에 기거하면서 제 3국행을 기다리고 있던 탈북자 175명을 경찰차 등 버스 3대에 태워 이민국 수용소로 강제 연행했다.

탈북자들은 3년 전부터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한 뒤 한인교회의 보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한인교회는 그동안 교회 근처의 '무반'이라는 방 10개짜리 일반주택을 임대해 이들을 보호해왔다.

그러나 거동이 수상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인근 태국 주민들의 신고로 이날 경찰이 급습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에 들이닥쳤으나 탈북자들이 완강히 연행을 거부해 3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탈북자는 부녀자가 대부분이며 이 중에는 어린이와 임산부와 장애인, 심장병 환자 등이 끼어 있어 의료진의 보호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이민국에 따르면 이날 연행된 탈북자 가운데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에서 발행한 여행증명서 소지자 16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이날 밤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으나 이민국으로 연행되는 바람에 한국행이 좌절됐다.

수왓 툼롱시스쿨 태국 이민국 국장은 "연행된 탈북자 모두를 불법 입국죄로 기소한 뒤 추방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들 모두 제 3국행을 원하고 있으므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북한으로 되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며 태국을 떠날 때까지 보호해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왓 국장은 탈북자 연행과 관련 "최근 10만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인근 국가를 거쳐 태국으로 입국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교도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