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가격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곡물 가격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여 빵 파스타 맥주 시리얼 등 2차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뛸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세계 곳곳에서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요 곡물의 작황이 나빠지는데다 바이오연료(옥수수 밀 등 식물에서 추출한 연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밀을 시작으로 옥수수 보리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일제히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농민단체인 콜디레티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탈리아 북부에서 자라는 작물의 피해액이 1억26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밀과 옥수수의 헥타르당 생산량도 9%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도 봄밀(spring wheat)의 재배환경이 폭염으로 인한 수분 부족으로 18년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밀 생산 차질 우려로 밀에 대한 초과수요 현상이 올해에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6년간 벌써 5년째 일어나는 현상이다.

FT는 이에 따라 내년 밀 재고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수급전망은 벌써부터 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헤지펀드들도 나서 밀 선물 계약수를 늘리고 있다.

미국 봄밀의 최근월물 가격은 지난주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에서 부셸(미국기준 약 27.216 kg)당 5.35달러를 기록,10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영국의 밀 선물가격도 이번주에 2년래 가장 높은 t당 83.25파운드(약 154달러)까지 올랐다.

올들어서만 23% 상승한 가격이다.

프랑스에서도 밀 선물은 이번 주들어 t당 127유로(약 160달러)에 거래되면서 최근 2년간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보리도 폭염의 영향을 받아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 확실해 맥주 원료인 몰트의 가격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밀 재배환경이 좋아지더라도 수요증가는 계속돼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FT는 유럽에서 밀을 에탄올 연료로 쓰는 공장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향후 2년간 바이오연료 개발 업계에서도 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인 크롬리버이 파트너 크리스 브로디는 “에탄올 연료 공장이 많이 생겨나면 석유 업계든 식품 업계든 더 높은 값을 부르는 쪽으로 밀 가격이 결정된다”며 “앞으로 연료 가격과 빵 가격은 서로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코넬대 데이비드 피멘텔 교수에 따르면 자동차 한대가 1년에 연료로 사용할 에탄올을 얻으려면 총 11에이커(약 1만3500평)의 땅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식용 밀 공급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미국의 모든 자동차들이 100% 에탄올로 움직일 경우 미국 국토의 97%가 에탄올 생산을 위한 경작지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