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 참석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폐막 오찬중 "헤즈볼라의 형편없는 짓거리"등 점잖치 못한 발언을 했으며 이 발언이 마이크로폰을 통해 옆자리까지 '생중계'됐다.

부시 대통령은 롤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에 대해 대화하던 중 유엔과 이 문제를 놓고 씨름하며 좌절감을 느끼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 그는 즐겨 사용하는 어법인 "아시다시피(See)"라는 말을 써가며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세력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리아에 "진절머리 난다"고 말한 데 이어 유엔에 대해서도 "좌절감을 느꼈다"며 불편한 심사를 표출한 것.
부시 대통령은 블레어 총리에게 "아시다시피,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유엔)이 할 일은 시리아에게 헤즈볼라가 형편없는 짓(shit)을 못하도록 막으면 모든 게 다 끝나는 일 인데.."라고 유엔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평화유지군의 중동 파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추정되나 말 소리가 작아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찬장에서 헤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G8 정상들도 자신들의 발언이 마이크로폰을 통해 옆으로 전해지는 것을 모른 채 대화에 열중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오찬 중 가진 사진 촬영시에도 다른 지도자들과 중동내 폭력사태로부터 다이어트 콜라 선호, 회담 중 받은 선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가벼운 농담을 섞어가면서 쉼없이 발언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모스크바에 돌아가려면 8시간 걸리죠? 나도 그렇다오. 러시아는 큰 나라요, 중국도 그렇고. 블레어, 당신도 바로 떠납니까?"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블레어 총리가 손수 골라 사다준 스웨터 선물에 고맙다고 인사했으며 블레어 총리는 이에 대해 "그럼, 그렇게 해야죠(absolutely)"라며 응수. 그는 또 회담에서 일부 발언자가 너무 길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장황한 발언'을 한 지도자들을 꼬집기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A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