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인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으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배럴당 77달러를 넘어서면서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배럴당 100달러 시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1970년대 두 차례 발생했던 '오일쇼크'와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100달러 돌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0년대 오일쇼크는 산유국들의 공급 감소와 가격 담합으로 촉발됐다.

반면 최근의 유가 상승은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불안 및 자연재해에서 기인했다.

공급 감소로 촉발된 오일쇼크는 공급을 늘리면서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은 대체에너지가 일반화되지 않는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CNN머니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가 100달러 시대를 가져올 요인으로 지정학적 불안과 자연재해를 꼽았다.

지정학적 불안의 폭발성은 이미 검증됐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의 송유관 파괴,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란 핵문제 및 북한 미사실 실험 발사 등이 겹치면서 유가는 일제히 치솟았다.

앞으로 유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지정학적 요인으론 이란이 꼽혔다.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동결하면 포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은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기기로한 상태다.

유엔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내리고 세계 5대 산유국인 이란이 이에 반발해 이미 시사한대로 '석유의 무기화'를 단행하면 유가는 튀어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의 빌미를 제공한 친(親) 시리아계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분쟁에 이란이 끌려들 경우 석유의 무기화는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당장 이란의 석유 수출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 금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일 세계 원유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작년 유가 상승을 촉발했던 허리케인도 유가 100달러 시대를 앞당길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작년처럼 허리케인이 유전 및 정유시설이 밀집된 멕시코만 지역을 강타할 경우 공급 부족에 직면한 유가는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게 분명하다.

두 가지 요인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유가는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석유 수요국인 미국과 '에너지의 블랙홀' 중국의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회사인 프리처드 캐피털의 닐 딩먼 애널리스트는 "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앞으로 수개월 동안 유가는 배럴당 80∼85달러 선에 머물고 중동 상황이 악화되면 90∼100달러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