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후보의 집권 여부로 관심을 끌었던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가 가려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가 치러진 2일(현지시간) 밤 "현재로선 당선자를 발표할 수 없다"며 "5일 이전에는 확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일부 투표소를 표본 추출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당선자를 예측한 결과 좌파인 제2야당 민주혁명당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53)와 집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44) 간 예상 득표율 차이가 1%포인트 이내로 나왔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이 같은 경우에는 발표를 연기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당선자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루이스 카를로스 우갈데 선관위원장은 "공식적인 개표는 수요일(5일) 시작하며 개표가 끝나면 당선자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당선자는 일러야 5일,늦을 경우 이번 주말에나 확정될 전망이다.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함에 따라 멕시코 정국은 대혼란이 예상된다.

실제 양후보 진영에서는 투표가 끝난 후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당선자가 발표되더라도 패배한 측에서 재검표 요구 등 선거 불복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멕시코 정가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반미 '좌파바람'이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에까지 미칠 것이냐를 놓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멕시코판 차베스'로 불리는 좌파의 오브라도르 후보가 집권할 경우 미국의 중남미 정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브라도르는 '자본은 마피아'라고 비난하며 원주민 권익옹호,하층민 소득향상,국가의 경제개입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특히 19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그가 집권할 경우 어떻게든 미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반면 국민행동당의 칼데론은 현 폭스 대통령 밑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낸 친미파로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등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주장,미국이 선호해 왔다.

당선자 발표가 미뤄짐에 따라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가 당선되든 당선자 확정이 늦어지고 선거 불복 등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이머징 마켓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시장분석 보고서는 이와 관련,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면서 "그 파장이 이머징 마켓에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시장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