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1일을 기해 루블화에 대한 모든 통제를 해제하고 완전 태환을 실시하는 등 미국 달러화와 대등한 세계적 화폐 지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FT는 러시아가 1998년 400억달러 규모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열악했으나 최근의 유가 폭등세로 재정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민들은 루블화를 자유롭게 반·출입할 수 있게 됐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루블화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허용되고 고정수입 투자 제한 조치도 해제된다.

이와 함께 5000루블짜리(미화 185달러 상당) 새 화폐도 발행될 계획이다.

러시아 당국이 관리하는 루블화 환율은 현재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27루블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FT는 당초 시한을 6개월 앞당겨 이뤄지는 이번 조치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실시되고,또 파리클럽에 대한 220억달러 부채상환에 합의한 뒤 며칠 만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고도의 정치적,상징적 의미를 가진 조치라고 지적했다.

FT는 이번 조치가 디폴트 선언 등으로 실추된 루블화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광범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면서 외교분야에서 미국의 지배에 대항하려는 러시아 당국의 노력이 경제분야에서도 루블화를 통해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 경제포럼에서 "루블화가 국제적으로 달러,유로,엔,파운드와 마찬가지로 예금통화로 사용될 때가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