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50)이 2008년 7월 사실상 은퇴한다. 그는 은퇴 후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업무에 전념한다. 게이츠 회장이 맡아 온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책임자(Chief Software Architect)'엔 레이 오지 최고 기술책임자(CTO·50)가 지명됐다. 이로써 게이츠 회장 은퇴 후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현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50)와 레이오지,그리고 '연구 및 전략담당 최고 책임자'로 지명된 크레이그 먼디(56) 등 '3두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게이츠 회장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2년 동안 일상적인 회사일에서 단계적으로 손을 떼고 2년 후부터는 '게이츠 재단' 업무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 후에도 회장직을 유지하기를 바라며 MS의 최대 주주로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회장은 2년 후에도 MS의 회장직은 유지하지만 자문역할에만 그치는 우리나라의 고문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회장 은퇴 후 MS를 이끌어갈 발머(경영),오지(개발),먼디(전략) 등 3두 마차 중 특히 주목을 끄는 사람이 CSO로 지명된 오지. 그는 1990년대 당시 그룹웨어로 유명했던 '로터스 노츠'를 개발한 천재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MS는 오지가 설립한 그로브 네트웍스를 2005년 인수함으로써 그를 '모셔 오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체로서의 MS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는 오지에게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월가에서는 게이츠 회장이 은퇴하더라도 MS의 경영이나 주가는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이츠 회장이 이미 6년 전 CEO 자리에서 물러난 데다 인수인계 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이나 야후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차기 윈도 운영시스템인 '비스타'의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주가도 약세를 보이는 시점이어서 게이츠 회장의 은퇴선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회장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1975년 친구인 폴 알렌과 함께 MS를 설립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에 전념,MS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로 키웠다. 그 자신도 500억달러를 보유한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1994년 부인과 자신의 이름을 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의 자산은 현재 291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불치병 퇴치와 교육사업에 주로 투자하며 현재까지 105억달러를 기부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